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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외치는 ‘올해는 합병’... 대한항공, 남은 숙제는


입력 2024.01.22 12:44 수정 2024.01.22 14:06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U 집행위원회, 내달 중 '조건부 승인' 예상

美·日 심사… "무난한 통과" vs "쉽지 않을 것"

남은 심사서도 슬롯 반납 불가피… 적절성 논란 지속될 듯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각 사

"올해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이 마무리될 것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완수를 목표로 내걸었다. 합병 시계가 햇수로 4년차에 접어들며 기존 예상보다 지연됐지만, 깐깐한 EU의 심사가 조만간 고비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는 합병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 분위기다.


다만 남은 2개 국가 중 한 곳이라도 승인을 따내지 못하면 합병이 무산되는 만큼, 남은 심사를 두고도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하고 있다. 또 남은 심사 과정에서 슬롯 반납이 불가피한 만큼 양사의 합병에 대한 적절성 논란 역시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EC)는 내달 중 대한항공이 제출한 시정조치안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과 유럽 4개 도시 노선의 운수권 및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일부 이전 등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시정조치안을 제출한 바 있다. 조건부 승인은 이를 약속대로 이행할 경우 승인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올해는 인수하겠다'는 약속이 사실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 양 사의 기업결합이 EU 문턱을 넘게 되면, 남은 곳은 미국과 일본 2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앞서 깐깐한 심사를 거친 EU 덕에 남은 미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슬롯을 추가로 내주는 선에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앞서 EU 심사 과정이 까다로웠던 만큼 화물에 있어선 독점을 문제시할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면서 화물 독점은 완전히 해소됐고, 여객 독점 우려에 있어서도 미국과 일본의 대부분 노선은 한국과 '항공 자유화 협정'이 체결된 자유화 노선이어서 LCC를 비롯한 신규 경쟁 항공사의 진입이 상대적으로 쉽다.


다만 두 국가 중 한 곳이라도 불승인할 경우 합병이 무산되는 만큼, 남은 국가들이 오히려 문턱을 더욱 높일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앞서 런던 히드로공항 슬롯을 내주고 영국의 심사를 따냈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내주고 EU의 승인을 받아낸 만큼 남은 심사에서도 대한항공이 무리한 수준의 시정조치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졌단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4년만에 목표지점에 가까워졌는데 이제 와서 합병을 무산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며 "EU의 전례가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에서 무리한 수준으로 슬롯 반납을 요구하더라도 대한항공은 울며 겨자먹기로 슬롯을 반납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두 국가는 자국 항공사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심사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미국 내 3대 항공사간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슬롯을 얼마나 국적사로 배분하게 될 지도 장담할 수 없다.


대한항공은 미국 빅3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체결로 한미 노선을 공동 운영하는 '스카이팀'에 소속돼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속한 스타얼라이언스의 파트너인 유나이티드항공(미국)과 ANA(일본) 항공이 반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안길 경우, 아시아나와 공동 운항했던 노선들이 사라지고, 대한항공이 속한 '스카이팀'에 크게 밀린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미주 5개 노선에서 양사의 합산점유율은 80% 수준으로, 에어프레미아가 진입했다 하더라도 압도적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한항공·아시아나의 미주 13개 노선 중 5개(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뉴욕·LA·시애틀)에서 여객 독점을 문제삼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ANA와 아시아나의 공동 운항이 사라지는 만큼 한·일 알짜 노선에서 슬롯을 더 요구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의 경우 기재와 조종사, 승무원을 에어프레이미아에 넘기는 방안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심사를 통과를 위해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노선을 반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남은 심사서 슬롯 출혈을 일정부분 감수해야하는 만큼 올해 기업결합 심사가 이어지는 내내 합병 적절성 논란 역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 인상과 서비스 독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 역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안고 가야 할 숙제 중 하나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가격 인상 우려 등이 있을 것이고 각국 역시도 중복사업을 하는 유사기업이 합병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과점과 관련한 우려나 제재는 불가피한 것"이라며 "긴 호흡으로 놓고 본다면 자국 기업(아시아나항공)이 외항사에 팔리는 것 보다 국적 항공사에 인수되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는 것이 독과점으로 이어지고, 양사는 50%의 점유율을 유지한채로 늘 긴장감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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