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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거란 전쟁' 작가, 원작자 비난에 "도 넘었다…처음부터 별개의 작품"


입력 2024.01.23 16:32 수정 2024.01.24 11:58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 원작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원작자의) 지적 의도를 모르겠다"

'고려 거란 전쟁'의 전우성 PD, 이정우 작가가 원작자의 작품 관련 비난에 대해 반박했다.


KBS2 대하 사극 '고려 거란 전쟁'의 전우성 PD는 23일 오후 자신의 SNS에 원작자가 제기한 논란에 반박 입장문을 게재했다.


최근 '고려 거란 전쟁'의 18회가 방송된 이후 시청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현종(김동준 분)이 강감찬이 군현제(지방관을 파견해 호족을 억누르고 왕권을 강화하는 정책)를 놓고 갈등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현종은 지방관을 선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강감찬이 이를 따르지 않자 그를 한림학사승지직에서 파직했다. 또 강감찬이 현종 지시로 군현제를 정비하던 형부시랑 김은부 탄핵을 상소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강감찬의 목을 조르려고 했으며 이후 현종이 분노하며 말을 몰던 중 낙마하는 장면 등장했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 표현된 현종의 모습이 실제 역사와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 거란 전쟁'의 원작자 길승수 작가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불만을 표했다. 그는 "KBS의 원작 계약은 (기존) 출간된 '고려 거란 전쟁: 고려의 영웅들' 뿐만이 아니라, 지금 쓰고 있는 '고려 거란 전쟁: 구주대첩'까지 했다. '고려 거란 전쟁: 구주대첩'은 400페이지 정도 KBS에 제공됐으며, 양규 사망 후 전후복구 부분을 담은 내용"이라며 최근 논란이 된 18회 속 현종의 낙마 장면은 원작에 없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현종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라고 최근의 전개 내용에 대해 지적했다. 길 작가는 댓글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자문도 충분히 받고 대본을 썼어야 했는데, 숙지가 충분히 안 됐다고 본다. 대본 작가가 본인 마음대로 쓰다가 이 사이 났다"고 말하는 등 강도 높은 비난도 덧붙였다.


이에 전 PD는 "소설 '고려 거란 전기'는 이야기의 서사보다는 당시 전투 상황의 디테일이 풍성하게 담긴 작품"이라며 "꼭 필요한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해 보고자 길승수 작가와 원작 및 자문계약을 맺었고 극 중 일부 전투 장면에 잘 활용했다. 하지만 길승수 작가는 이정우 작가의 대본 집필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신의 소설과 '스토리 텔링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과 관련된 자문을 거절했고 수 차례 자문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만 끝내 고사했다"고 설명했다.


이후부터는 새로운 자문자를 선정해 꼼꼼한 고증 작업을 거쳐 집필 및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길승수 작가가 저와 제작진이 자신의 자문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초적인 고증도 없이 제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입장문 또한 함께 게재했다. 이 작가도 "'고려 거란 전쟁'은 소설 '고려 거란 전기'를 영상화할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다.KBS의 자체 기획으로 탄생했으며 처음부터 제목도 '고려 거란 전쟁'이었다"며 "원작 계약에 따라 원작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이 소설은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을 태동시키지도 않았고 근간을 이루지도 않는다"며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은 원작과는 별개의 작품임을 강조했다.


그는 "저는 이 드라마의 작가가 된 후, 원작 소설을 검토했으나 저와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때부터 고려사를 기반으로 처음부터 이야기를 다시 설계했다. 제가 대본에서 구현한 모든 씬은 그런 과정을 거쳐 새롭게 창작된 장면" 이라고 강조하며 " 처음부터 별개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사실 원작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런데도 원작 소설가가 '16회까지는 원작의 테두리에 있었으나 17회부터 그것을 벗어나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신의 글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면 다른 작가의 글에 대한 존중도 있어야 한다. 원작 소설가가 저에 대한 자질을 운운하며 비난하는 것은 분명 도를 넘은 행동"이라며 "그런 식이라면 저도 얼마든지 원작 소설을 평가하고 그 작가의 자질을 비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그러지 않는 것은 타인의 노고에 대한 당연한 존중 때문"이라고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제가 굳이 이런 입장을 밝히는 이유는, 이 드라마에 대해서는 영광도 오욕도 모두 제가 책임질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잘못된 정보들이 진실로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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