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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체성' 운운하는 친명 자객…"당에 얼마나 있었다고"


입력 2024.01.26 01:00 수정 2024.01.26 01:0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이재명 비판하면 '당 정체성 없다' 공격

비례대표 이수진·양이원영이 대표적

DJ·노무현과 인연도 없던 인물들인데

"당 역사·정신 얼마나 아시느냐" 반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이수진(왼쪽) 의원, 양이원영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가 비명계 지역구에 이른바 '자객 출마'하면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역구 현역 의원은 민주당의 정체성이 없다" "국민의힘으로 가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 등의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는데, 문제는 이런 언급을 하는 친명계 인사들이 '민주당의 정체성'을 언급할 자격이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명계 인사들이 총선에서 비명계 지역구에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수진(비례대표) 의원은 지난 22일 비명계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에 출마한다고 밝히면서 "지금 성남중원에 민주당 후보로 나오겠다는 후보는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윤영찬 의원을 저격했다.


이수진 의원은 "민주당에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주면서, 민주당 이름으로 출마하겠다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라고도 했다. 윤영찬 의원이 미래대연합을 창당한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에 잠시 몸 담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양이원영 의원도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기 광명을 출마 선언을 하면서 현역 비명계 양기대 의원을 향해 "국민의힘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민주당답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조롱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라고 맹공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해 지방선거에서 제왕적이고 반민주적인 공천학살을 자행하며 시민의 대의자가 아닌 사적 관계자만을 챙긴 전형적인 토호정치인"이라며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할 광명의 정치수준을 땅바닥까지 떨어뜨렸다"라고 주장했다.


당내에는 이들이 주장하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의구심의 눈초리가 상당하다. 통상 '민주당의 정체성'은 민주화·도덕성·정치개혁 등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를 의미해왔기 때문이다. 전직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의 정체성은 곧 김대중·노무현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의원 등 친명계 인사가 주장하는 '민주당의 정체성'은 '이재명 지키기'를 의미하고 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이 곧 민주당의 정체성 훼손이라는 것이다.


37년간 민주당에 몸 담고 김대중 정부에서 정무비서관 등을 지낸 전병헌 전 의원은 이날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에서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더 이상 오독하며 훼손하지 말아줄 것을 민주당에 정중히 부탁드린다"라며 "민주당에 더 이상 김대중과 노무현 정신은 남아있지 않다"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이 '이재명의 사당'이 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전병헌 전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은 현직 시절 당내에서 이 대표보다 훨씬 더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그럼에도 당내 이견을 존중할 줄 알았다. 그동안 민주당이 보수정당과 차별화됐던 점은 다른 의견을 자유롭게 주장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작게는 정책 하나부터, 크게는 당의 지향점까지 개선된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은 '탑다운' 식의 의사결정 구조하에서 토론이 불가능한 정당이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통화에서 "친명계의 '민주당 정체성'은 '이재명 방탄'"이라며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강성 지지층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이들이 지금 '민주당 정체성'을 운운할 자격이 있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양이원영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투표로 진행됐음에도 돌연 근거 없이 "당대표가 검찰 독재의 칼날에 난도질을 당하는 상황에서 당대표 체포동의안에 왜 가결표를 던졌느냐"고 양기대 의원에 따져물었다.


이수진 의원에게 '민주당 정체성이 없는 인물'로 지적된 윤영찬 의원은 "(이수진 의원이) 나를 향해 '민주당에 배신과 분열' '정체성조차 의심'이란 표현을 썼다"라며 "(나는) 1994년 김대중 총재의 전담 기자로 시작해 노무현 대통령의 정권재창출을 곁에서 지켜봤고, 청와대의 초대 국민소통수석으로 일하며 문재인 정부와 함께 해 온 자랑스런 민주당원"이라고 반박했다.


윤영찬 의원은 이어 "이수진 의원은 민주당의 역사와 정신을 얼마나 알고 얼마나 함께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이수진 의원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아무런 인연도, 관련도 없었던 인물이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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