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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범은 되고 마약투약사범은 안 되는…'휴대전화 몰수' [디케의 눈물 171]


입력 2024.02.01 05:10 수정 2024.02.01 05:10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피고인, 2020년 마약 흡연 및 투약 혐의 기소…법원 "마약혐의 유죄, 휴대폰 몰수는 위법"

법조계 "범행 쓰인 도구, 몰수하는 게 원칙이지만…직접적 수단으로 쓰였다고 보지 않은 것"

"휴대전화 몰수해서 얻는 공익보다 제한되는 피고인의 기본권이 크다면…과한 권리침해 여지"

"보이스피싱 및 불법촬영 범죄에선 휴대전화가 행위에 큰 영향…형법상 대부분 몰수 허용"

대법원.ⓒ연합뉴스

유죄를 선고받은 마약투약사범이라도 마약 제공자와 단순히 연락용으로 쓴 휴대전화를 몰수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휴대전화가 범죄에 직접적인 수단으로 쓰였다고 보기 어렵고 몰수함으로써 얻는 공익보다 침해되는 피고인의 기본권이 더 크기 때문에 몰수가 허용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보이스피싱이나 불법촬영 등 휴대전화가 행위에 직접적이고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범죄의 경우는 대부분 몰수가 허용된다고 강조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4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대마)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휴대전화를 몰수토록 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앞서 A씨는 2020년 3월엔 대마를, 같은 해 6월엔 필로폰을 B씨로부터 받아 각각 흡연·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과 40만원의 추징 명령을 선고하면서 A씨가 B씨와 연락할 때 사용한 휴대전화 1대도 몰수했다.


이에 A씨는 "범행에 직접 제공하거나 사용한 물건이 아니다"는 이유로 몰수 명령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2심도 "범행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물건"이라며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휴대전화를 일상적인 생활도구로 사용하던 중 이 사건 범죄 사실과 관련해 연락 수단으로 일시적으로 이용한 것일 뿐"이라며 "이 사건 범행의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목적·수단·도구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휴대전화가 피고인의 일상생활과 밀접히 관련돼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 법률사무소)는 "마약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로 연락을 했다면 범행의 도구로 사용된 것은 맞지만 압수 조치의 필요성이 있었느냐에 대해서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례의 경우 범죄 행위에 휴대전화가 직접적인 수단과 도구로 이용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고 말했다.


ⓒgettyimagesBank

그러면서 "다만 이 경우에도 만약 피고인이 해당 휴대전화로 마약을 상습적으로 구입해왔다면 범행의 도구로 판단됐을 여지가 있다"며 "원칙적으로 범행에 사용된 도구는 대부분 압수·몰취한다. 대표적으로 성매매 범죄의 경우 휴대전화를 통해 업자와 연락했다면 이때 사용된 휴대전화는 범죄의 도구로 보고 압수하도록 돼 있다"고 부연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형법 제48조에 따르면 범죄행위에 제공했거나 제공하려 한 물건, 행위로 인해 취득한 물건이나 대가 등은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원심에서는 휴대전화가 범행에 조금이라도 가담됐다고 판단해 몰수한 것으로 보이나 대법원에서는 보다 시각을 넓혀서 실제로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목적 및 수단으로 휴대전화가 사용됐는지 따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대전화를 몰수함으로써 얻는 공익과 침해되는 피고인의 기본권, 인격권과 사생활의 자유 등을 비교형량 했을 때 과한 침해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다만 보이스피싱, 불법촬영 등과 같이 휴대전화가 직접적이고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범죄의 경우 일반적으로 몰수가 정당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이 사건에 쓰인 휴대전화가 피고인이 일상적으로 써왔던 휴대전화였다는 점이 대법원 판단에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며 "휴대전화가 범죄에 쓰였다는 기여도, 관련성이 입증만 된다면 압수가 허용될 수 있으나 해당 사례의 경우 휴대전화와 범죄행위 간의 상관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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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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