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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시작점’ 이정후가 잘해야 한다 [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4.02.03 07:00 수정 2024.02.03 07:00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메이저리그에서도 특급 대우인 1억 달러 계약 성사

박찬호, 류현진 이어 3세대 해외파 시작 알린 이정후

3세대 해외파의 시작을 알린 이정후. ⓒ 뉴시스

샌프란시스코와 6년간 1억 1300만 달러(약 1500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은 이정후가 본격적인 메이저리그 일정을 소화한다.


이정후는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 구단이 제공해준 훈련 시설에서 몸을 만든 뒤 이달 중순부터 애리조나서 시작되는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에 합류, 본격적인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다.


이번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한국 야구의 현주소 및 미래를 타진하는데 있어 중요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1982년 프로화가 된 한국 야구는 이후 발전을 거듭했고 1994년 박찬호가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문이 열렸다.


박찬호를 비롯해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김선우, 추신수 등 이른바 해외파 1세대들의 공통점은 고교 졸업 후 아마추어 신분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점이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의 생활은 너무도 고됐다. 그토록 바라던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한 선수는 극히 일부였고, 미래를 보장 받지 못한 많은 선수들이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2000년대에 접어들고 한동안 메이저리그 진출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2010년대 초반, 다시 한 번 해외 진출의 바람이 불어왔다. 이번에는 다른 형태였다.


아마추어로서 무작정 도전하는 것이 아닌, 보다 좋은 대우를 받고 빅리그로 직행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2세대 해외파의 시작점은 2013년 LA 다저스행에 성공한 류현진이었다.


포스팅 시스템이라는 입찰 방식의 제도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프로 선수들은 아마추어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보장 받으며 메이저리그 로스터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거친 역대 한국 선수. ⓒ 데일리안 스포츠

류현진의 성공 이후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원했다. 그러면서 빅리그 스타우트들의 평가도 보다 엄격하고 정확해졌다. 같은 KBO리그 내 특급 선수라도 포스팅서 무응찰에 그친 선수가 있었던 반면, 합격점을 받고 빅리그에 입성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기대치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이정후의 6년간 1억 1300만 달러라는 큰 금액이다. 류현진(6년간 3600만 달러), 김하성(4년간 2800만 달러), 강정호(4년간 1100만 달러)의 액수를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정후 개인의 능력치 외에 한국산 특급 선수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부분도 큰 몫을 차지한다.


사실상 3세대 해외파의 시작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정후다. 1억 달러가 넘는 금액은 일본의 특급 선수들도 받기 힘든 매우 큰돈이다. 그만큼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빅리그에 연착륙하는 것을 넘어 팀을 대표하는 간판 타자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매체와 정확성을 자랑하는 통계 사이트들 역시 이정후의 성공을 점치고 있다. ‘한국산 특급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특급’이라는 공식을 이정후가 입증해낼 수 있을까. 그는 출국 전 “하성이 형이 잘해 내가 좋은 대우를 받았다. 내가 또 잘하면 한국 선수에 대한 대우가 좋아질 듯하다. 그래서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막 시작된 3세대 해외파의 첫 발걸음에 많은 야구팬들의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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