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또다시 감동을 선사하며 글로벌 눈물바다를 만들었다. 바로 신곡 뮤직비디오를 통해서다. 아이유는 오는 2월 20일 오후 6시에 새 앨범을 공개할 예정인데, 앞서 지난 1월 24일에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을 선공개했다.
뮤직비디오는 방탄소년단의 뷔와 함께 찍었다. 폐허가 된 세상에서 서로 의지하던 아이유와 뷔를 어떤 상자가 추적한다는 내용이다. 상상 속의 작은 행복에 빠져있던 두 사람을 마침내 상자가 발견하고 위협한다. 결국 두 사람은 상자 앞에서 쓰러지고 만다. 온 세상에 상자가 떠다니며 감시하고, 도시엔 상자에 의해 증발된 사람들의 옷가지가 산처럼 쌓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Love wins all’이라는 자막이 뜨며 영상이 끝난다.
너무나 아름답고 애틋한 노래, 목소리에 두 사람의 영상이 더해져 절로 눈물이 흐르게 한다. 이 정도로 큰 울림을 주는 뮤직비디오는 흔치 않다. 아직 2월이어서 벌써 단언하긴 어렵지만, 올 최고의 뮤직비디오가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노래는 발매와 동시에 국내 온라인 실시간 음원차트 1위에 올랐고, 뮤직비디오는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수 3600만 뷰를 돌파(2월 1일 기준)했다. 해외 유튜버들이 이 뮤직비디오를 보며 눈물 흘리는 반응 영상도 여럿 게시됐다. 노래와 영상의 힘, 아이유의 가창력, 아이유와 뷔의 연기 등에 찬사가 쏟아진다.
아이유가 또 아이유한 셈이다. 아이유는 그 전부터 놀라운 노래들을 많이 발표했었는데 특히 최근작인 ‘셀러브리티’는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모두 큰 감동을 줬었다. 그 곡에 이어 이번에 다시 한 번 큰일을 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모두 논란에 휩싸였다. 먼저 터진 건 노래의 제목 논란이었다. 이 곡의 원제는 ‘Love wins’였는데 그게 사전 공개되자 소수자 언어 점용 논란이 터졌다. 2015년 미국 연방법원에서 동성 결혼 합헌 결정을 내렸을 때, 성소수자들이 사용한 슬로건이 ‘Love wins’였다고 한다. 아이유 새 노래 뮤직비디오는 이성애 이야기인데 어떻게 동성애자들의 슬로건을 쓰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아이유 측에서 발매 직전에 제목을 ‘Love wins all’로 바꿨다. 제목을 바꾸면 이전 제목으로 준비했던 모든 제작물들을 다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손실이 있었을 걸로 보인다.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엔 장애인 비하 논란이 벌어졌다. 뮤직비디오에서 아이유는 말을 못하고 뷔는 한쪽 눈이 안 보이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그들이 캠코더를 통해 서로를 바라볼 땐 깨끗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바뀌는데 그때 장애도 사라진다. 즉, 장애는 불행이고 장애를 극복해야 행복해진다는 메시지를 준다는 것이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피폐한 모습의 장애를 가진 주인공들은 약자, 소수자, 소외된 사람들 등을 상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이유가 이 노래를 팬에게 바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주인공 둘이 서로 결핍이 있고 상처가 있는 아이유와 팬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들을 추적하는 상자는 세상의 차별, 표준적 질서에 맞추려는 억압, 사회 그 자체 등일 것이다. 팬송이라는 관점에선 세상의 편견, 질시, 공격 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외된 사람 등의 모습으로 표현하기 위해 남루하고 상처 입고 장애가 있는 캐릭터로 그린 것이다. 캠코더를 통해서 볼 땐 이상적인 판타지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니까 남루한 부분, 상처, 장애 등이 모두 사라진다. 이걸 꼭 장애인 비하라고만 해야 할까?
이상적인 판타지로서 천국을 상상할 때 보통 그곳은 결핍이 없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그 공간에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을 장애를 가진 모습으로 상상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렇다고 장애인 비하라고 하지 않는다. 이런 표현은 그냥 일반적인 방식일 뿐이다. 창의적이지 않다는 평가는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이런 정도의 표현까지 과도하게 비난하는 건 지나치다. 이 뮤직비디오를 본 사람이 과연 장애인 비하적 관점을 갖게 될까? 그보단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입장을 더 공감하게 될 것이다.
물론 비판이 완전히 부당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장애인 단체 입장에선 뮤직비디오 설정에 문제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 정도를 넘어서서 일반 인터넷 공간에서 크게 비난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 정도 사안을 크게 비난하면 비난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생기는데, 그게 오히려 더욱 소수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런 인식이 색안경이 되어 나중에 정당한 비판을 해도 대중이 외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Love wins’ 제목 논란도 그렇다. 이건 그냥 영어 문장인데 이걸 크게 비난해서 결국 어느 한국 가수가 제목을 바꾸는 지경까지 되도록 압박했다. 아이유가 제목을 바꾼 건 잘한 일이다. 아이유의 위신이 더 올라갔다. 하지만 그렇게 제목을 바꾸도록 압박한 행위에 대한 평판은 안 좋았다. 이런 일들이 쌓여 ‘다양성 주의’에 대한 반감을 키운다. 누군가를 몰아세울 땐 그럴 만한 확실한 큰 잘못을 했을 때를 가려 하는 것이 좋겠다.
한편, 이 뮤직비디오 마지막에 주인공들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이, 이들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뜻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영상의 암울한 분위기로 보면 그런 결말은 아닌 것 같다. 그것보단 이 세상은 여전히 상자의 억압이 지배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힘을 믿는다는 의미로 보인다. 팬들에게 마지막까지 우리 서로 함께 하자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아이유 자신이 사랑의 힘의 증거다. 그녀는 이번 노래를 소개하는 편지에서, 자신이 어두운 아이였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들 덕분에, 팬들 덕분에 바뀌었다고 했다. 그런 게 사랑의 힘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 뮤직비디오가 꼭 이성애 이야기라고만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아이유가 자신의 삶을 통해 느꼈던 사랑의 힘, 그리고 팬을 향한 고마움을 그녀의 방식으로 그려냈더니 놀라운 명작이 탄생했다. 이러니 2월 20일에 공개되는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그 앨범이 우리 케이팝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