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일 MBC노동조합 공동비상대책위원장 5일 기고
몰래카메라 취재의 대표적인 판례로 미국의 Food Lion v. ABC 사건이 있다. 유통기한이 넘은 쇠고기를 신선한 쇠고기와 섞어 재가공하고 오래된 고기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약품을 쓴다는 제보를 받고 ABC 기자 두 명이 미국의 저소득층 슈퍼마켓 체인인 푸드 라이언에 취직한다. 이 몰래카메라 보도 이후에 푸드 라이온의 주가가 10%나 폭락했고 이후 푸드라이온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결국 연방법원은 푸드라이온 사의 무단침입에 대해 불법이라고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불법침입에 1달러, 고용인으로서 의무 위반으로 1달러 모두 2달러를 ABC 방송에 배상하도록 결정하였다.
이 판례의 가장 중요한 점은 법원이 "언론이 그런 사소한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적시하였고 표현의 자유를 정한 수정헌법1조가 주거침입에 대한 면죄부를 줄 수 없다고 판결한 점이다.
민사소송이 아니라 형사소송이었다면 유죄를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도 몰래카메라의 기념비적인 판결이 나왔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이 1997년 3월 16일 방송한 '공포의 통과의례' 편에서 신입생 환영회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등에 대한 몰래카메라 취재에 대해 모대학 성악과 학생들이 초상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이 1600만원의 배상판결을 낸 것이다. 이는 몰래카메라로 인한 초상권 침해와 관련한 첫 판결이었다.
법원에서는 식당에서의 환영회 장면만 찍기로 약속하였으나 취재진이 나이트클럽까지 쫓아와 몰래카메라로 촬영하였고 모습과 음성을 모자이크나 변조처리 없이 방송하여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문제삼았다. 또한 이 방송을 통해 '퇴폐와 유흥에 물든 신입생 환영회'를 하는 것처럼 묘사한 부분을 지적하였다.
이후 MBC에서는 취재보도준칙에 몰래카메라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취재를 위해 다른 대안이 없을 때 사용하도록 하는 조항이 사규에 추가되었다. 이 판결 이후 카메라기자들은 밤에 피의자나 용의자를 경찰서 유치장에서 불러내 촬영하는 관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이러한 요구는 결국 받아들여졌다.
몰래카메라에 의한 피해법익은 사생활, 초상권, 개인의 명예 등 다양하다. 몰래카메라 취재와 주거침입 (사생활 침해)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면 MBC K 모 기자가 계룡대 내의 불법 노래방 시설과 노래방 여성 도우미 고용 문제를 취재한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몰래카메라 사용과 관련해 형사기소가 이뤄진 사안이었는데 많은 취재기자들은 군부대의 불법노래방도우미 운영은 몰래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는 취재하기 어려우므로 무죄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법원은 유죄를 판결하였다.
2009년에 MBC '불만제로'가 서울의 한 유치원에 제작진이 보조교사로 위장취업해 몰래카메라로 유치원이 아이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급식을 먹이는 것을 보도했는데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2022년 5월에는 MBC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외주업체 PD들이 진주교도소에서 수용자를 접견하며 대화장면등을 몰래 녹화한 일에 대해 건조물 침입 협의를 인정했던 2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교도소내의 사실상의 평온을 해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은 언론노조와 독립외주사 PD들이 국회에서 민주당 유승희 이용득 의원실과 세미나까지 열면서 언론노동자 보호를 주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5756 이러한 재판 중의 구명활동이 영향을 주었는지는 모르나 대법원에서 이례적으로 몰래카메라 주거침입죄를 무죄로 판결하였다.
이번에 영부인의 사무실에 서울의소리가 몰래카메라를 통해 촬영하고 보도한 것은 첫째, 함정취재이며 적극적인 몰카 공작이었다는 점, 둘째, 대통령 관저에 해당하는 공간 즉 보안시설에 과감하게 몰래카메라를 가지고 침범했다는 점, 셋째, 이미 영부인에 대한 무단 전화녹취가 사생활 침해라는 판결이 서울의소리와의 1,2심 소송에서 나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교도소 면회 몰카 사건과는 다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