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들어서만 1조5198억 발생
전년 동기 대비 8000억가량 증가
손실 처리 확대하며 건전성 관리
지방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새롭게 발생한 연체가 지난해 들어서만 1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들의 채무 상환 여력이 크게 악화한 탓으로 풀이된다.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3분기 말까지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이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신규 연체액은 총 1조51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0%(7925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전북은행이 1370억원으로 181.2% 늘어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부산은행(4501억원·146.7%) ▲광주은행(1367억원·137.2%) ▲대구은행(5322억원·119.4%) ▲경남은행(2638억원·34.6%)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중소기업 대출에서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배경에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후 금리 동결 기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들이 감당하기엔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경기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수익이 감소한 기업들은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5개 지방은행들이 지난해 4분기 동안 중소기업에 새로 내준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6.02~7.6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2년 같은 기간(4.02~6.24%)보다 상·하단이 1~2%포인트 이상 오른 수준이다.
경영 여건 악화로 벼랑 끝에 내몰리는 기업들의 사정은 대출 연체액뿐 아니라 다른 통계 지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어음부도율(금액 기준)은 0.23%로 전년(0.10%)보다 두 배 넘게 뛰었다. 이는 2001년(0.38%)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어음부도율은 지난 2019년 0.08%, 2020년 0.06%, 2021년 0.07% 등으로 0.10%대를 밑돌았는데, 2022년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어음부도 금액도 5조34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4배 급증했다. 이는 2014년 6조232억원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방은행들이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대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자산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신규 연체가 급증하자 지방은행들은 비용 처리를 확대해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5개 지방은행이 지난해 들어 3분기 말까지 상각(손실)한 중소기업 대출채권 규모는 58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9%(2538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에 경기 둔화가 길어지고 있어 당분간 연체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리면서 건전성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지난해와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