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일꾼' 강조한 현역 盧 출마의사
사법리스크에 '후보난립' 혼전이었지만
교통정리 수순에 현역의원들 대결 관심
盧 '토박이' vs 趙 '신선함' 무기 내세워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을 지내고 있는 '서울 마포갑'은 노 의원이 부친의 지역구를 이어받아 부자(父子)가 각각 '같은 지역구 5선 달성'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는 곳이다.
다가오는 4·10 총선에서 마포갑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은 '대표적인 세습 지역구'라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 5선 도전을 앞둔 '2세 정치인' 노 의원에겐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노 의원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각종 사업 도움, 국회의원 선거비용 등의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 씨 측에서 총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3월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22년 20대 대선 당시 마포갑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54.23%를 득표해 이재명 후보(41.95%)를 여유롭게 따돌렸다. 대선 3개월 후 있었던 6·1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12년 만에 마포구청장을 탈환했다. 마포갑은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우세한 곳이었으나 최근 선거 판도와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지형 변화, 특히 노 의원의 '사법리스크'에 따라 다가오는 총선 결과에는 어느 때보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마포갑에 노 의원의 사법리스크에 따른 무주공산(無主空山)이 예상되면서, 당초 여야 간 후보 난립도 상당했던 상황이다. 다만 노 의원은 강력한 출마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최근 후보 교통정리에 들어가면서, 총선을 60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마포갑 대진표'는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모습이다.
노 의원은 5선 의원과 재선 마포구청장을 지낸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8·9·10·12·13대)의 아들이다. 부자에 걸쳐 한 일가가 약 40여 년 간 강력한 지역 기반을 토대로 정치를 해왔다. 마포갑 민심은 분주하게 여야를 옮겨 다녔고 '바람'에 좌우돼 왔지만, 그럼에도 노 의원 일가가 정치적 위력을 떨침에 따라 야세(野勢)가 강한 곳이라는 꼬리표가 좀처럼 떼어지지 않는 지역구이기도 하다.
앞선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의힘의 전신 한나라당 소속 박명환 전 의원이 14~16대 내리 3선을, 17대에는 노 의원이 금배지를 가져와 원내 입성했다. 그 뒤 18대에 강승규 한나라당 전 의원이 탈환을, 그러다 19대에 다시 노 의원이 의석을 빼앗아와 20·21대 의원까지 지내며 4선 고지(17·19·20·21대)에 올랐다.
사법리스크가 무색하게도 지난달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는 노 의원의 서울 마포갑 출마 자격 '적격' 판정을 내린 상태다. 이보다 앞선 2022년 12월에는 노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기도 했다. 무기명 표결 결과 찬성은 101표에 불과한 반명 반대 161표, 기권 9명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무더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여진다.
노 의원은 이달 초에는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총선 후보 공천을 위한 면접 후 기자들을 만나 "검찰 수사 관련 준비를 해갔는데 소명서를 내서 그런지 따로 질문을 안 했다"고 밝혔다. '사법리스크 문제에 대해 스스로 설명할 의향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면접관들이) 얘기를 안 해서 내가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마포갑 예비후보만 9명 뛰고 있는 가운데
노웅래 혐의가 총선에 미칠 영향에 촉각
대항마 조정훈 "반포보다 좋은마포" 강조
盧 "마용성 무너지면 한강벨트 무너진다"
10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마포갑 예비후보는 9명에 달한다. 노 의원의 기소 자체가 향후 공천 과정에서 악재가 될 것이라고 본 데 따른 후보 난립이다.
민주당에서만 유창오 전 총리실 소통메시지비서관, 이지수 전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비서관, 오성규 전 서울특별시 비서실장, 이로문 전 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 이은희 전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2부속실장, 박경수 전 BBS 불교방송 보도국장, 홍성문 당 정책위원회 부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신지호 전 의원이, 녹색정의당에선 김혜미 전 녹색당 부대표가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국민의힘에서는 최근 당내 인재들이 과열 경쟁을 벌여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심 끝에 교통정리를 한 상황이다. 내부에서는 이용호·조정훈·최승재 의원과 예비후보로 등록한 신지호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 4명이 경쟁을 펼쳐오다, 이용호·최승재 의원이 지역구를 선회했다. 서울·수도권 승리를 위해 고심하는 당 지도부로부터 당을 위한 헌신을 요구받고 이를 수용하며 교통정리가 이뤄지는 수순이다.
마포갑에선 국민의힘이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 1호 인재'로 영입했던 시대전환 출신 조정훈 의원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노 의원이 마포갑을 탄탄한 지역기반으로 삼고 있단 점에선 우위에 있다는 평가이지만, 사법리스크로 총선 판세에 대해 낙관하기만은 힘들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에 따라 '현역 의원들' 간 맞대결 성사 여부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정훈 의원은 '좌와 우를 넘어 앞으로'라는 정치를 추구하는 인물이다. 특히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정치 세대교체를 위해 인재들을 발굴해 왔다.
조 의원은 강북의 중심인 마포의 자부심을 지키겠다는 '마포갑 보안관'을 자처하며 지역민들의 고충을 청취하는 중이다. 이외에도 토요일마다 마포를 걸으며 청소하는 '플러깅'을 통해 지역 밀착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조 의원은 본격적인 마포 활동 시작을 알리는 행사였던 지난해 10월말 열린 북콘서트에선 "반포보다 좋은 마포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현역 노웅래 의원은 지난달 초 '힘 있는 큰 일꾼'이란 슬로건과 함께 '마포가 키운, 마포를 키운 진짜 마포사람 노웅래'라는 문구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지난 8일에는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의식하듯 '경쟁력 있는 후보자가 총선에서 검찰독재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마포갑은 단순한 1석이 결코 아니다. 강북의 강남,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선봉"이라며 "여기가 무너지면 한강벨트가 무너지고, 강북이 흔들리면서 서울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마포갑에서 승기를 잡아서 서울을 지키고 총선 승리를 해야 한다"며 "윤석열 검찰독재·정치검찰 정권에 본때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