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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3노조 "쿠팡이 잘못했다면 MBC는 어떤가요?" [미디어 브리핑]


입력 2024.02.15 20:55 수정 2024.02.15 20:56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MBC노동조합(제3노조), 15일 성명 발표

지난해 11월 22일MBC노동조합(제3노조)은 상암동MBC본사 주변에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안형준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MBC노동조합(제3노조)

폭주하듯 한쪽 방향으로만 달려가는 MBC의 보도에 대해 누군가는 브레이크를 잡아줘야 한다. 뉴스데스크는 이른바 '쿠팡 블랙리스트'에 대해 이틀 연속 톱뉴스로 집중 보도했다. 쿠팡이 특정인들을 재고용하지 않기 위해 불법적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운용했다는 내용인데, 일방의 주장에 경도된 나머지 기사의 가치를 스스로 해치고 있다.


먼저 우리는 쿠팡이라는 개별 회사를 옹호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 쿠팡 측이 문제 삼은 블랙리스트의 진위 여부도 재단하지 않겠다. 다만 MBC 보도에 자유시장주의의 중요한 한 축인 기업을 악마화하고 반기업정서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닌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뉴스데스크는 그제 쿠팡이 채용 기피 인물 1만 6000여명의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왔으며 이는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문서를 만들지 못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톱뉴스로 3꼭지나 할애해 집중보도했다. 이날 보도는 MBC 기자들의 어이없는 '몰카 취재'와 쿠팡 측 반론 부실 등의 문제가 적지 않았는데, 어제 톱뉴스 2꼭지는 더 문제였다.


우선 [기자 PD 100명도 '쿠팡'블랙리스트에...](A 기자)는 느닷없이 쿠팡이 자사 비판 보도를 한 기자 등 언론인들의 리스트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기피 직원들의 재고용을 막기 위한 리스트가 불법이라고 지적하더니, 본류와는 거리 있는 언론인 명단을 문제 삼은 것이다. 게다가 A 기자는 이같은 언론인 리스트가 '현장취재를 사전 봉쇄'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사기업에게 언론의 현장취재를 막지말라는 주장이 상식적인 요구인지 묻고 싶다. 결국 '쿠팡은 나쁜 회사'란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해 사안을 과장했다는 비판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어진 [유튜브까지 사찰해 표적 등재](B 기자)에서는 유튜브에서 쿠팡의 문제점을 지적한 사람들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반 시민까지 대상으로 한 표적 사찰'이라고 비판했다. 불법행위인지 합법적 경영행위인지는 지금부터 쌍방 간의 논쟁이 치열할 것이다. 다만 MBC가 사기업의 명단 작성을 놓고 '사찰'이란 용어를 쓴 데 주목한다. 사기업에게 쓰기엔 부적절한 용어일 뿐 아니라 과거 수사기관 등 공권력의 민간인 사찰이란 못된 짓과 연결시키려 한 '못된 의도'가 엿보인다.


MBC본사 주변에 걸려 있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퇴진 요구 현수막.ⓒMBC노동조합(제3노조)

B 기자는 또 "'기업에 해를 미치니 취업시키지 말라'는 식으로 (타기업과) 명단을 공유할 수도 있는 거 잖아요"라는 인터뷰를 써서 '쿠팡의 죄'를 가상의 범위까지 확장시켰다. 그러면서 "나도 쿠팡리스트에 올라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멘트까지 과감하게 썼다. 이런 게 바로 괴담 유포라고 생각하지 않나?


이 시점에서 소위 '쿠팡 블랙리스트' 문제를 바로 우리 소중한 회사 MBC에 대입해보자. 블랙리스트를 타사와 공유하면 어찌 되느냐고? 한 해 수십만 명에 달하는 쿠팡 물류센터 직원들에서 뽑아 만든 명단이 다른 회사에 공유될 수 있어서 문제라는 게 MBC 보도 내용이다. 그러면 2017년 민노총 주도 파업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마치 ‘불량 언론인’, ‘문제 기자’, ‘시용 기자’로 낙인찍힌 MBC의 동료 기자 80여 명은 이 좁은 대한민국 언론계 바닥에서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C 본부장, D 국장, E, A 기자는 이번 쿠팡 블랙리스트 보도를 준비하면서 사실상 여전히 존재하는 ‘MBC 블랙리스트’ 생각은 안 나던가? 정치적 파업에 동조하지 않았다고 마이크를 빼앗기고, 부당전보 당하고, 보직과 승진은 물론 정치부 사회부 등 주요부서 배치를 원천 차단당하고, 심지어 야근표 작성에서도 불이익을 당했던 그 사실상의 블랙리스트 당사자들이 입은 실존하는 피해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심지어 이들은 언론노조가 자신들과 노선을 달리하는 언론인들을 '부역자'로 선정해 수차례에 걸쳐 인민재판 하듯 공개하는 상황에서도 눈감았던 인물들이다.


자기 회사에서 바로 옆에 있는 동료, 아니 동류 인간에게 자행된 차별과 불이익, 불법적 행위들, 비인간적 행동에 대해 눈감고 귀막은 언론노조 소속의 비겁한 MBC 기자들이 이른바 '쿠팡 리스트'가 무슨 난리라도 난 듯 대서특필하며 떠들 자격이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2024.2.15

MBC노동조합 (제3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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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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