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70년간 NLL 피로써 지켜"
오는 4월 총선을 겨냥한 북한 도발 가능성이 거듭 제기되는 가운데 우리 군은 도발 유형별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평도 포격과 같은 직접적 도발에서 천안함 폭침처럼 도발 원점을 파악하기 어려운 '회색지대 도발'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어떤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우선 비군사적 도발로 사이버 도발이라든지 1년(여) 전 있었던 무인기 도발 등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계속돼 왔던 핵미사일 관련 도발"이 이어질 수 있다며 △군사정찰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전략도발 △지상·해상·공중 접적 지역에서의 직접적 군사도발 및 침투 △테러 등 도발 주체가 불분명한 군사도발 등을 언급했다.
정부는 특히 서해 일대에서의 도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해상 국경선'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하며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관련 도발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해상 국경선을 적이 침범할 시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라며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할 데 대한 중요지시"를 하달한 바 있다.
신 장관은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 국경선의 정확한 의미와 관련해 "지켜봐야 한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서해 일대 경계선으로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1999년) △서해 통항질서(2000년) △경비계선(2007년) 등 총 3가지 안을 일방적으로 주장해 왔다.
김 위원장이 최근 언급한 해상 국경선과 앞선 3가지 안이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어떤 명칭을 사용하든 실질적 해상 경계선 역할을 해온 NLL보다 남쪽으로 경계선을 설정하려 들 것이란 관측이다.
신 장관은 "우리 군은 지난 70년 동안, 6·25전쟁 이후 실질적 해상 경계선인 NLL을 피로써 지켜왔다"며 "만일 김정은이 잘못된 선택을 하면 김정은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 공갈에 휘둘려
동맹 방위 의무 저버리면
글로벌 리더십 포기해야 할 것"
신 장관은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 대비 차원에서 자체 핵무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견해에 대해 선을 긋기도 했다.
신 장관은 정치인이나 학계에서 관련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다면서도 "책임 있는 당국자로서 우리(정부)는 한미 확장억제를 믿고 NPT(핵확산금지조약) 의무를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의 공갈에 휘둘려 동맹국과의 조약상 의무를 저버리면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와 국제질서를 두고 경쟁 중인 미국이 핵심 동맹인 한국 방위에 소홀할 경우, 국제적 위상이 크게 흔들릴 거란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권위주의 국가 가운데 최약체인 북한이 실제 핵을 사용할 경우, 미국이 예고했던 '북한 정권 종말'을 주저하지 않을 거란 관측이다. 감수해야 할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유럽 등 전 세계 동맹들에게 확장억제 신뢰성을 증명해 미국 주도 국제질서의 구심력을 강화하려 들 거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