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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행복한 노년을 위한 조건


입력 2024.02.24 15:14 수정 2024.02.24 15:16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소풍’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김용균 감독의 영화 ‘소풍’은 천상병의 시 ‘귀천’에서 영감을 받아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인생은 소풍같이 누구나 사는 동안 즐겁게 살고 싶어 한다. 이왕이면 아등바등 살기보다 노후까지 행복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대로 살기는 어렵다. 영화 ‘소풍’은 잠시 왔다 떠나야 하는 소풍 같은 인생에서 마지막을 함께 할 친구들이 있어 즐겁고 행복했음을 전하는 작품이다.



ⓒ영화 ‘소풍’ 포스터

은심(나문희 분)은 가정 문제로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났고 그의 친구 금순(김영옥 분)은 은심과 사돈으로 맺어진 사이로 서로 가깝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사업에 문제가 생겨 돈을 달라는 아들 해웅(류승수 분)이 꼴 보기 싫었던 은심은 금순과 함께 고향인 남해로 훌쩍 떠난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 은심을 짝사랑했던 태호(박근형 분)를 만나 세 사람은 소중했던 과거의 기억을 꺼내면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은 예전과 비슷하면서도 리조트 건립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이 커지는 등 변화를 겪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옛 친구가 요양원 버려졌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게 된다.


노년의 삶을 조명한다. 남녀노소 할 것이 누구나 겪게 될 노년의 삶, 영화 ‘소풍’은 세 주인공을 통해 노년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담았다. 특히 부모와 자녀 세대들의 갈등, 존엄사와 같은 노년의 현실적인 고민들이 작품 속에 잘 베어져 있다. 은심은 사업에 실패한 아들과의 갈등을 겪고 있었고, 치매를 앓고 있는 태호는 뇌종양이 발견된다. 노년이 될수록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될 마치 어린아이처럼 돼 버린다. 쇠약해져만 가는 신체, 갑작스러운 죽음 등 삶에 대한 비애와 고독이 전해진다. 영화는 노년의 삶과 죽음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이전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동시에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전 세대 모두를 관통하며 공감을 전한다.


친구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영화는 절친이면서 사돈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결혼과 직장 생활 등 젊을 때는 바쁜 사회생활로 어린 시절 친구들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 그 시절, 과거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센치한 삐심이 은심, 투덜이 금순, 스윗한 은심바라기 태호는 60년 만에 고향에 다시 모여 어느새 10대 시절로 돌아간다. “친구들 덕분에 다시 사는 것 같다”는 대사처럼 함께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같이할 수 있는 친구의 존재는 중요하다. 노년기에는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되고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영화는 말한다.


두 배우의 캐미 또한 심금을 울린다. 실제로도 오랜 시간 우정을 쌓아온 나문희와 김영옥은 소꿉친구 같은 환상의 호흡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을 이끌어 현실감을 배가시킨다. 노년의 시기까지 함께한 둘의 대화는 우리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관객들에게 뭉클함과 먹먹함을 안겨준다. 여기에 베테랑 배우인 박근형이 등장하면서 노년기에도 사랑에 대한 감정은 젊은 시절과 같이 여전할 수 있다는 점, 그로 인한 귀여운 삼각관계 구도의 형성은 유쾌함과 설렘으로 작품에 활력을 더한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로 노년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삶에 바빠 우리는 이들의 삶에 무관심하다. 사회나 가정에서 소외된 노인들의 심리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자살과 고독사 또한 늘어나고 있다. 노년의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영화 ‘소풍’은 노년의 외로움과 고민을 조명하고 친구와의 대화가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전한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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