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이을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 촉각
대역폭 외 용량 '확장성' 가진 CXL
메모리에 연산 기능 합친 PIM
삼성, AI 반도체 시장 선점 사활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반도체 업계가 최근 차세대 메모리 점유율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이 HBM(고대역폭메모리)인데, 이는 최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시장이다. 이어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D램, 연산 기능이 포함된 PIM(프로세싱인메모리)에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2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되는 반도체 학회 '멤콘 2024'에서 고용량 메모리 처리를 돕는 CXL 등을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대거 공개할 예정이다. HBM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한발 늦으며 시장 선점 지위를 뺏긴 것을 만회하기 위해 제2의 HBM 혹은 HBM 보좌진이라 불리는 CXL 시장 개화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CXL은 서버 내에서 메모리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통신 규약이다. 시스템 전체 메모리의 효율적 이용을 끌어내는 것이 주 목적이다. CPU, GPU, 메모리 스토리지 등을 효율적으로 묶어 낭비되는 메모리가 없도록 하는 등 용량의 확장성을 돕는 역할이다. HBM이 대역폭(속도)를 우선순위에 둔 메모리라면, CXL은 메모리의 공유 및 확장성에 방점을 뒀다.
이미 설계가 끝난 서버에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와 같은 외부 익스펜더를 꼽아 쓸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서버 교체 없이 쉽게 용량 확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아직 범용성은 낮지만 삼성은 올해 CXL D램 시장이 개화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서버용 CPU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이 CXL 규격 적용이 가능한 제품을 출시하며 관련 생태계 성장 기대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는 최근 이른바 'AI 반도체'로 불리며 시장을 휩쓰는 HBM 분야에서 일차적으로 경쟁사에 시장을 선점당했다. 다만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CXL 기반 D램 기술을 선보이며 해당 분야에서는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단 평가를 받고 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TSMC와 인텔의 사이에서 다소 난항을 겪고 있는 모습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합친 격인 PIM(프로세스인메모리)의 시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PIM은 하나의 칩에 메모리와 프로세서 연산기능을 집적한 차세대 반도체다. 쉽게 말해 메모리 내에서 연산을 할 수 있다. 기존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메모리와 프로세서로 이원화했다면 PIM은 둘을 더한 격이다. 이로 인해 데이터가 메모리와 연산장치 사이를 오갈 필요가 없어져,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전력 소모 역시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CXL과 PIM 시장 개화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역폭(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등장한 HBM 시장이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했다는 점과 더불어 CXL, PIM 등을 대응할 수 있는 CPU가 아직 시장에 대거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이에 삼성전자는 HBM-PIM을 결합한 샘플을 선보이며 기술 선점에 몰두하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앞서 CES 2024에서 "AI 가속기가 요구하는 메모리 성능이 점점 늘어나면서 지금은 HBM이 각광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CXL 등 차세대 메모리가 더 주목받을 것"이라며 "이미 고객사들 사이에서 새로운 메모리 설계에 대한 요구가 나오는 만큼, 2~3년 내 가시화하고 본격적으로 개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