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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저평가’ 어쩌나…코스피로 짐싸는 우량주들


입력 2024.03.05 07:00 수정 2024.03.05 07:00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시총 상위 톱10 중 5곳 ‘엑소더스’…이후 성적은 ‘글쎄’

‘2부리그’ 오명 벗어야…“실적·투자자 니즈 고려 필요”

ⓒ픽사베이

코스닥 우량주 중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짐을 싸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코스닥시장 저평가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이전한다는 상장사들 입장에 코스닥이 ‘2부리그’라는 인식이 과하게 세겨진 결과라는 비판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기업은 SK오션플랜트·비에이치·NICE평가정보·포스코DX·엘앤에프 등 총 5곳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톱10 중 하나였던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지난 1월 셀트리온과 합병하면서 사실상 코스피로 거처를 옮긴 것을 고려하면 6곳에 달한다.


이때 포스코DX와 엘앤에프는 지난해 코스닥 톱10 자리를 굳건히 지켰음에도 올 1월 나란히 코스피에 입성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 코스닥 시총 1위인 에코프로비엠과 3위인 HLB도 이전 상장을 예고한 상태다. 두 기업의 이전이 마무리될 경우, 지난해 코스닥 시총 톱10을 차지했던 기업들 중 절반이 코스닥을 떠나게 된 셈이다.


이들 기업은 코스피에 우량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점을 바탕으로 기업의 대외신인도를 개선해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고,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에 편입될 경우 이른바 ‘큰 손 투자자’인 기관·외국인들의 투자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이끌어 내기 충분하다는 상장사 측 기대감과는 달리 시장에서는 불편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배당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음에도 이전상장을 우선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전상장이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크다. 실제로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거처를 옮긴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이전 이후 오름세가 포착되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4월 코스피에 들어선 SK오션플랜트는 이전상장 이후 지난 4일까지 40.37% 하락했다. 또 다른 이전상장사인 비에이치(-39.79%), NICE평가정보(-11.08%), 포스코DX(-26.95%) 등도 뚜렷한 우하향세를 보였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자 ‘탈코스닥’ 행렬이 이어졌으나 주가만 연일 빠지고 있어 수급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체면만 구기게 된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몸집을 키운 코스닥 우량주들이 연이어 코스피시장으로 빠져나갈 경우 코스닥시장의 ‘2부리그’ 인식이 굳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지난 2005년 거래소로 흡수 통합된 이후 정체성을 잃고 코스피시장의 2부리그 취급을 받아 오는 점을 고려하면 근본적인 실적 개선 없이 시총 규모만을 근거로 이전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피가 코스닥 대비 거래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더 좋은 시장이라고 단언하기엔 무리”라며 “미국의 테슬라·애플·아마존 등이 다우존스나 S&P500이 아닌 나스닥에 굳건히 남아있는 이유를 국내 기업들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시장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 미래 산업을 주도할 성장 기업 등을 위해 만들어졌기에 2차전지·로봇·우주·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성장 산업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의 장’임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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