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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자가 아니라니"…잠적한 시험관 의사, 병원은 "女 외도 탓"


입력 2024.03.18 04:17 수정 2024.03.18 04:17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들을 얻은 한 부부가 26년이 지난 후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사연이 전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대표는 지난 15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A씨 부부가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A씨 부부는 1996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아 이듬해 아들을 얻었다.


아들이 다섯 살 되던 해 간염 항체 검사를 위해 소아과를 찾았다가 부부에게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라는 걸 알게 됐다. 부부는 모두 B형인데 아들은 A형이 나온 것. A형은 B형 부부 사이에서 나올 수 없다.


당시 부부는 시험관 시술을 진행한 B교수를 찾아가 문의했다.


이에 B교수는 "시험관 시술을 하면 종종 혈액형 돌연변이가 나온다"며 "당신들 아이가 맞으니 안심하고 키워라"고 답했다. 당시 시험관 시술 분야 권위자였던 교수가 관련 해외 자료까지 보여주며 자세한 설명을 하자 A씨 부부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이후 성인이 된 아들에게 A씨 부부가 혈액형이 다른 이유를 설명해 주기 위해 B교수에게 문자를 보냈으나 이 교수는 문자를 받고선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병원 측에서도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관련 의료 기록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해서 내놨다고 한다.


결국 부부와 아들은 유전자 검사를 받았는데, 엄마와는 유전자가 일치하지만 아빠와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A씨 남편이 생부가 아니라는 것. A씨 부부는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의 정자로 임신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A씨 부부는 지난해 담당 교수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소송에서 "시험관 시술 상황에서 A씨가 자연임신을 했을 수 있다"며 A씨의 외도 가능성을 시사하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A씨는 "시험관 시술 직후 건강 문제와 유산 우려로 곧바로 입원했다"며 "당시 진료(의무) 기록지도 갖고 있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박 대표는 "B교수가 해당 병원에 근무하면서 무려 1,000건의 인공수정 등을 성공시켰다고 소개돼 있다"며 "피해자 부부가 생각하듯 정자가 바뀌었다면 이 부부의 남편 정자는 다른 쪽에 이용됐을 가능성이 큰 거 아닌가. 그렇다면 최소한 피해 부부가 두 팀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사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피해 사실을 인지한 지 3년 이내에 제기해야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며 "이런 의료 사고 같은 경우는 소멸시효에서 예외로 적용하자는 일각의 목소리가 있다. 이들 부부도 이에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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