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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에 접어든 ‘러우전쟁’을 대하는 문화예술계의 현재 [D:이슈]


입력 2024.03.20 08:31 수정 2024.03.20 08:3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친푸틴 발레리나’로 논란을 빚었던 러시아의 스타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는 내달 17일과 19~2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내한 공연 ‘모댄스’(MODANSE)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취소됐다. 여전히 진행 중인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내려진 결정이다.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인아츠프로덕션


문화예술계의 '러시아 공연계' 보이콧 움직임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이미 시작됐다. 대표적 ‘친푸틴’ 예술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로 불리던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독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부터 해고당했고,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그의 이름을 딴 페스티벌을 폐지했다. 친푸틴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협연할 예정이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카네기홀 공연에는 한국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대신 올랐다.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투어 공연을 취소했고, 유럽 최대 음악 축제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주최 측인 유럽방송연합은 2022년 행사에서 러시아 참가를 제한했다. 자하로바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여론의 타깃이 돼 공연 취소 사태를 겪었다.


국내 문화예술계 역시 마찬가지다. 문화예술인들은 무대 위에서, 또 SNS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했고 DIMF는 제16회 ‘DIMF’ 축제에서 애초 러시아 작품을 폐막작으로 추진해 왔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사태를 발생시킨 러시아 공연에 대해 초청을 전격 취소했다.


그리고 이 같은 움직임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11일 진행된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에 우크라이나 영화 최초로 오스카를 쥐어줬다. 작품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최전선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두고 약 2개월간 벌어진 전투 ‘마리우폴 포위전’을 기록한 영화로, 체르노프 감독은 “이 상을 공격하지 않은 그런 역사와 맞바꿀 수 있다면 교환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자하로바의 내한 취소도 같은 맥락이다. 자하로바는 우크라이나 태생이지만 러시아 발레를 상징하는 무용수이자 푸틴 대통령의 문화계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 일원으로 연방의원을 지냈으며, 러시아 국가예술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푸틴과 친분이 두터운 발레리 게르기예프 볼쇼이 극장 총감독과 함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지지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때문에 러시아의 침공으로 2년 넘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은 자하로바의 내한 공연 소식이 전해진 뒤 공식 입장문을 통해 “침략 국가의 공연자들을 보여주는 것은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과 같다”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의견과 문화 교류의 포용성을 존중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러시아 정권 및 그 문화계 인사들과의 문화 협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개인의 예술활동을 정치와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예술은 예술로만 봐야 한다”면서 “이번 ‘모댄스’ 역시 자하로바를 위해 외부 단체가 만든 작품이다. 개인의 예술활동에 대한 정치적인 제약을 두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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