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9조 가까이 증가
LCR 규제 기준 상향에 대응
고이율에 비용 부담은 확대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이 지난해에만 9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4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완화했던 유동성 규제가 정상화되면서 고유동성 자산을 확보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지난해 CD를 발행해 조달한 원화 자금 평균 잔액은 41조7135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8조7456억원) 늘었다. 은행이 발행하는 CD는 정기예금에 양도성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중도 해지가 불가하지만 제3자에게 매도할 수 있어 유동성이 높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1조4585억원으로 182.5% 늘어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국민은행이 10조4179억원으로 89.0%, 하나은행은 18조7936억원으로 60.8% 증가했다. 신한은행만 11조435억원으로 27.6% 줄었다.
이처럼 은행들이 CD 발행을 확대한 배경엔 정상화된 유동성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에 요구하는 통합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기준을 기존 100%에서 85%로 인하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LCR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해 지난해 3분기부터는 92.5%에서 95.0%가 적용되고 있다.
LCR은 급격한 자금 유출이 발생했을 때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은행들은 단계적으로 정상화되는 유동성 규제에 발맞춰 CD 발행을 늘림으로써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확보한 것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의 LCR은 모두 100%대를 나타내며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4대 은행의 지난해 평균 LCR은 101.5%로 전년보다 1.6%포인트(p) 높아졌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102.9%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101.7%) ▲우리은행(101.3%) ▲신한은행(100.1%)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지난 한 해 동안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은행들은 CD 발행에 보다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CD 발행금리가 한 해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은행의 지난해 CD 평균 이자율은 4.07%로 전년 대비 1.72%p 상승했다. 이 밖에도 ▲신한은행(2.05%→4.11%) ▲하나은행(2.63%→4.19%) ▲우리은행(2.19%→3.86%) 등도 조달 비용 부담이 일제히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