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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양극화 심각, ‘현미경 지원’ 절실 [기자수첩-문화]


입력 2024.03.24 07:00 수정 2024.03.24 07:0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지난해 공연 산업이 약 1조 규모를 넘기면서 크게 성장했지만, 업계에선 마냥 웃지 못했다. 특정 장르가 시장을 독식하면서 공연계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균형적인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소외된 분야에 대한 적극적으로, 세분화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2023년 총결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음악·뮤지컬·연극·클래식 등 공연시장 티켓 판매액은 약 1조2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영화계 총매출액(1조2614억원)을 근소하게 넘어선 수치로, KOPIS 기준으로 데이터 수집이 이루어진 2019년 이후 처음 발생한 사건이다.


다만 이 수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연계의 고질적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티켓판매액 기준 대중음악이 45.4%, 뮤지컬이 36.2%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두 장르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나머지 장르 각각의 비중은 적게는 0.3%에서 많아야 7.9% 수준에 그친다.


장르 내에서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한 예로, 티켓판매액이 629억9996만7026억원으로 전체 공연 시장에서 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연극의 경우, 스타 캐스팅을 내세운 작품들이 상위 10개 작품 내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역시 “상위 10개 작품에 대한 수요 쏠림 현상이 시간 흐름에 따라 완화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공연 시장이 회복 기간을 거쳐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소극장은 경영난에 휩싸였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최근 1991년 설립돼 대학로를 대표하는 소극장으로 자리매김했던 극단 학전이 지난 15일을 끝으로 폐관했고, 나무와 물, 정미소, 종로예술극장, 한얼소극장 등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물론 정부도 공연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2005년생 청년에게 공연, 전시, 관람비를 1인당 최대 15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청년 문화예술패스’ 사업을 오는 28일부터 시행하고, 남산 자유센터, 옛 기무사수송대 등 노후화된 도심 공간을 공연시설로 리모델링하고 서울역·명동·남산 일대를 공연예술의 중심지로 하는 ‘공연예술 벨트’로 조성하는 등의 사업을 선보인다.


하지만 공연계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세분화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작은 극장이나 예술단체를 직접적으로 지원해 예술가들이 설 수 있는 공간을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거나, 실험적인 작품의 개발이나 예술가를 발굴할 수 있는 장기적인 국가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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