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순익 1년새 92%↑
中법인 대출자산 감소에
전략적 현지화 영업 필요
미얀마 정치 리스크 부각
IBK기업은행의 글로벌 사업이 지역별로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가파른 성장을 자랑하고 있지만 중국과 미얀마에서는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 속 기업은행은 동남아시아를 넘어 선진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며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전체 해외법인의 지난해 누적 순이익은 553억원으로 전년보다 25.9%(114억원) 늘었다. 현재 기업은행은 ▲기업은행(중국)유한공사(분행 8개·지행 8개) ▲IBK인도네시아은행(지점 32개) ▲IBK미얀마은행(지점 1개) 등 3개의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IBK인도네시아은행이 호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이익 성장을 견인했다. IBK인도네시아은행의 지난해 누적 순이익은 156억원으로 전년 대비 91.8%(75억원)나 증가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13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81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견고한 이익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IBK인도네시아은행의 총자산도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늘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은행권의 자산 규모가 5.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기업은행이 현지에서 우량 대출 중심의 영업 전략으로 부실채권을 줄여온 게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국과 미얀마에서는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은행 해외법인 중 규모가 가장 큰 중국유한공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381억원으로 전년 대비 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2년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56.1% 늘어난 362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성장세가 꺾인 모습이다.
중국유한공사의 총자산도 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8% 감소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예수금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현지화 전략을 통해 자산 기반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IBK미얀마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으로 16억원을 올리며 1년 전 기록했던 3억7000만원의 적자 상황에서 벗어났다. 다만 자산과 이익 규모가 여전히 초라한 수준이다. IBK미얀마은행의 총자산은 26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얀마에서의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다. 기업은행이 2021년 1월 미얀마에서 법인 영업을 시작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미얀마 군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 6개월씩 세 차례 연장하는 등 최근까지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다. 이에 따라 IBK미얀마은행은 컴플라이언스 관련 리스크가 확대된 점을 감안해 제한적인 영업 활동에 나서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나라 밖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김성태 행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 행장은 취임 당시 올해까지 글로벌 사업에서 2500억원의 이익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이는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해외법인 평균 순이익인 1846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들어서도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넘어 유럽 등 선진시장으로의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금융 수요를 확보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김 행장은 올해 열린 시무식에서 "폴란드·베트남 법인 전환과 새 진출 지역 검토를 통해 영토 확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