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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기각되자 재판 거부한 송영길…그런 宋 배려한 재판부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4.04.04 07:03 수정 2024.04.04 07:03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송영길, 3일 '민주당 돈봉투 의혹' 재판 불출석…檢 "사법체계 존중하고 따르는 국민 모욕"

법조계 "보석 기각돼 재판 불출석하는 경우 거의 없어…유력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 배포"

재판부, 宋 배려해 총선 이후 공판 진행…또 재판 거부하면 국민 눈초리 피하기 어려울 것

재판 불출석 문제로 논란 휩싸이는 모습 바람직하지 않아…사법부 존중하는 모습 보여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는 송영길(60) 소나무당 대표가 3일 또다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송 대표 변호인단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보석청구가 기각됨에 따른 재판 거부였다. 이날 재판을 준비했을 재판부와 검찰만 난감해지는 상황이었다. 재판을 심리하는 허경무 부장판사는 텅 빈 피고인석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사법부에 대한 존중이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행동이었다.


허 부장판사는 "법정에 들어오기 전에 30~40분 정도 오늘 재판을 어떻게 진행할지 시뮬레이션했는데, 피고인 측에서 한 명도 안 나오는 바람에 엉망이 됐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송 대표의 불출석에 당혹스럽기는 검찰도 매한가지인 듯했다. 검찰은 발언권을 얻고 송 전 대표의 '재판 거부'에 대해 "사법체계를 존중하고 따르는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또 "보통 국민들은 상상도 못 하는 특권을 마치 맡겨놓은 물건을 돌려달라고 하는 듯하다"며 "광역단체장 출신이고 5선 국회의원이면서 집권여당의 당 대표를 역임한 피고인이 할 수 있는 말인가"라고도 지적했다.


기자 역시 '보통 국민'이기에 검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과연 5선 국회의원이자 집권여당의 당 대표를 역임한 송 대표가 아닌 일반 국민이라도 보석 청구 기각에 반발하며 재판에 불출석할 수 있었을까. 한 법조계 전문가는 기자에게 "보석 청구가 기각됐다는 이유로 재판을 불출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유력정치인이자 법 전문가이니까 할 수 있는 배포"라고 말했다. 보통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법조계의 시선에서 바라봐도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송 대표가 최근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 안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 TV 방송연설을 녹화하게 해달라고 구치소에 요청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그의 행동을 고깝게 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물론 4·10 총선이 목전에 다가온 만큼 선거활동을 하고 싶은 송 대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모범이 돼야 할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가 재판 불출석 문제로 논란에 휩싸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판부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면 재판을 거부할 게 아니라 법정에 출석해 억울함을 개진하는 게 맞다. 재판부는 이날 또 한번 송 대표를 배려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심리적 불안도 선거가 끝나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총선 이후인 오는 15일에 다음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만약 송 대표가 계속해서 재판을 거부한다면 국민의 싸늘한 눈초리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송 대표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법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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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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