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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효자’라는 선거송, 왜 ‘불편’한 존재 됐나 [선거송 is 컴퍼티션②]


입력 2024.04.06 14:00 수정 2024.04.06 14:0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곤드레 만드레' '샤방 샤방' 선거송 단골 가수 박현빈

"트로트로 선거 문화 발전, 투표 참여율 높이는데 일조"

선거송으로만 단 번에 1억원 수익 내기도

싸이·유재석 등 정치적 편견 부담에 선거송 사용 거부

선거 시즌,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선거 로고송은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후보자에게 유리한 이 ‘선거송’이 정작 원곡을 부른 대중가수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선거송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수익은 ‘저작권 효자’ 역할을 하지만, 대중가수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선거송 단골 가수는 트로트 가수 박현빈이다. 박현빈은 2006년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빠라빠빠’ ‘곤드레 만드레’ ‘오빠만 믿어’ ‘샤방 샤방’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고, 선거철이면 이 히트곡들이 후보에 맞게 편곡, 개사해 직접 로고송을 부르기도 하면서 ‘선거송 최강자’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박현빈은 “자칫하면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선거가 흥겨운 로고송과 함께 하나의 축제로 국민들에게 자리매김했으면 한다”며 “정당 지지를 떠나 선거 문화 발전과 투표 참여율이 높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매 선거마다 로고송을 부르고 있다 보니 어느새 저에게도 선거가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기다려지는 이벤트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 로고송 상위 10곡(순위는 무작위)에는 ‘걱정말아요 그대’ ‘무조건’ ‘사랑의 재개발’ ‘엄지척’ ‘질풍가도’ ‘짱이야’ ‘찐이야’ ‘한잔해’ 등이, 20대 국회의원 선거 로고송 상위 10곡에는 ‘나성에 가면’ ‘무조건’ ‘빙고’ ‘빠라빠빠’ ‘뿐이고’ ‘사랑의 배터리’ ‘슈퍼맨’ ‘어이’ ‘픽미’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선거송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불린 ‘선거송계의 스테디셀러’는 박상철의 ‘무조건’이 꼽힌다. 친숙하고 반복적인 멜로디, 단순한 가사가 선거송으로 제격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0대, 21대 국회의원 선거송 상위 10곡 내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거송으로 인한 ‘무조건’의 저작권 수입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위치스 하양수는 2002년 발표한 ‘떳다 그녀’가 선거송으로 사용돼 억대 수익을 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양수는 JTBC ‘튜유 프로젝트-슈가맨2’에 출연했을 당시 “이 노래(떳다 그녀)가 선거송으로 많이 사용됐다. 후보 1명 당 50만 원을 받았는데 200명이 사용했다”며 “저작권협회에 돈이 잘못 들어온 것 같다고 전화를 했을 정도”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선거로만 단숨에 1억 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JTBC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곡은 매번 선거 때마다 각 정당에서 ‘모셔가기’ 전쟁이 벌어지지만,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에게는 민감하고 부담스러운 작업이기도 하다. 때문에 선거송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 가수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방송인 유재석은 자신이 부캐 유산슬로 내놓을 ‘합정역 5번 출구’와 ‘사랑의 재개발’이 선거송으로 쓰이는 것을 우려해 공동 작사가에게 따로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의 재개발’은 작곡가 조영수와 작사가 김이나가 허락해 선거송으로 사용됐지만, ‘합정역 5번출구’는 공동 작사가인 유재석이 정치와 연결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강남스타일’이 크게 흥행하면서 선거송 러브콜이 이어졌지만, 저작권자인 싸이는 이 곡의 선거송 활용에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싸이의 소속사 측은 “싸이 개인적으로 어떠한 정치적 신념이 있어서라기보다 자신의 노래가 선거송으로 쓰일 경우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모양새로 비칠까 부담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엔 일부 연예인이 SNS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고, 잘못을 저지른 정치인에 대한 비판도 가감 없이 쏟아내지만, 여전히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것은 대다수 연예인에게 민감한 문제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은 물론, 최근엔 트로트 가수 역시 팬덤이 젊어지면서 이미지 관리가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됐다. 선거송으로 벌어들일 잠깐의 수익보다 더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면서 “선거송의 경우 가수가 그 정당을 지지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대중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로고송 제작을 정중히 거절하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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