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년 연근해 어업생산 30% 감소
오징어 절반↓…어종별 생산량 차이 커
달라진 환경, 어민들 먼바다 내몰아
생태계 변화 따른 맞춤형 정책 필요
“바다에 고기가 없다. 모르는 사람들은 엄살이라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목숨 내놓고 먼바다로 나가는데 엄살이겠나. 바다는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30년 넘게 배를 탓지만 갈수록 모르겠다.”
지난해 8월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산과학원)이 발표한 ‘20232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5년간(1968~2022년) 우리나라 해역 연평균 표층 수온은 1.36℃ 올랐다. 이는 지구 전체 평균보다 2.5배 높다.
같은 기간 동해 표층 수온은 1.82℃ 상승, 100m 수층 수온은 1.13℃ 떨어졌다. 500m 수층의 수온은 0.07℃ 상승하면서 표층과 아표층(표층 아래 수심대) 간 수온 차가 점점 커지는 추세를 보였다.
수산과학원은 “1980년대 초 대비 2010년대 말에는 세계적으로 이상 고수온 발생 일수가 두 배, 최대강도는 약 0.15℃, 공간적 범위는 약 66% 증가했다”며 “21세기 말에는 현재 대비 이상 고수온 발생 빈도가 2~15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바닷속 염분 농도와 용존산소도 달라졌다. 표층 염분은 감소 경향을 보였다. 동해 500m 층에서의 용존산소는 감소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표층의 영양염, 클로로필(엽록소)-a, 기초생산력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는 기후 변화가 어획량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명시했다. 보고서는 “연근해 어업생산량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해양 온난화 가속화와 이상기후 증가로 수산업은 큰 변화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여름철 폭염 증가와 강한 난류 세력이 여름철 고수온을, 강화한 북극 온난화에 따른 한파 증가가 겨울철 저수온을 유발하는 등 기후 변화에 따른 역설적 극한 환경 발생이 ‘수산 재해’에 큰 영향을 줬다”고 표현했다.
바다 생태 변화, 영세 어민에 더 직접적
기후 변화 영향은 실제 어업생산량으로 확인 가능하다.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생산량은 1980년대 152만t을 정점으로 최근에는 100만t 밑으로 생산량이 떨어졌다. 지난해 또한 연근해 수산물량은 95만5955t으로 100만t을 밑돌았다.
어종별 어획량도 크게 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오징어는 절반 이상 줄었고, 정어리는 10배 가까이 늘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주요 연근해 어업 품목별 생산 동향에 따르면 고등어와 갈치는 각각 8.5%, 9.9% 늘어난 반면, 멸치(-13.3%)와 오징어(-53.8%), 참조기(-45.2%), 도루묵(-81.5%)은 크게 줄었다. 특히 오징어와 청어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1년 사이 각각 36.2%, 23.3% 감소했다.
어획량이 줄자 연근해 어선들은 계속 먼 바다로 나가고 있다. 심지어 조업 금지구역까지 나가는 배도 있다. 작은 어선이 파도 높은 먼바다에서 고기를 잡으면 그만큼 사고 위험도 커지기 마련이다.
해양경찰청은 최근 잇달아 발생한 어선 전복 사고 가운데 상당수가 어족자원 고갈로 먼바다에서 조업하다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 따른 어족자원 고갈이 어업인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인 만큼 해법 마련에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과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달라진 어업 환경에 맞춤형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책 수립 과정에 현장의 어업인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연안어업은 근해어업보다 경영규모가 영세하고 어장이 한정적이어서 (기후 변화에) 취약성이 높다”며 “따라서 연안어업의 기후변화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양생태계 변화에 따른 수산자원 분포 변화 예측, 새로운 어종 출현 등 어종 변화에 대응한 어구·어법 개발, 기후 변화에 유연한 어업허가제도 운용, 기후 위험에 대비한 경영안정 지원 등이 요청된다”고 했다.
▲중대재해법 앞두고 연이은 사고, 준비 안 된 선주들 ‘전전긍긍’[요동치는 바다④]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