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원희룡 지원…'이재명 삼겹살' 식당 방문
"인권 역사 부정…元 공약 책임지고 반드시 실천"
'이대생 성상납' 두둔글 올렸다 삭제한 李 비판
이재명 측, 두둔글 게재는 "실무자 실수"란 입장
"대단히 놀랍습니다. 저는 그게 정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올렸다고는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이 대표를 맹폭했다. 김준혁 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의 과거 '이대생 미군 성상납' 망언 논란이 한창인 상황에서, 이 대표가 김 후보의 주장을 '역사적 진실'이라고 두둔하면서다. 한 위원장은 "그 취지는 김 후보의 여성관과 역사관에 동의하는 것"이라며 "이건 전 국민 상식과 전 국민의 성평등의식 그리고 지금까지 전 국민이 이뤄온 인권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4·10 총선을 이틀 앞둔 8일 저녁 인천 계양구 계산동에 위치한 고깃집을 방문했다. 이 대표를 맹추격하고 있는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한 위원장의 원 후보 지원은 이번이 세 번째이자, 공식선거운동 기간 두 번째다. 이는 이 대표의 지역구라는 상징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당초 한 위원장은 인천 계양구 작전동 한 대형마트 앞에서 유세를 계획했다가, 이곳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급변경했다. 이 고깃집은 최근 이 대표의 '삼겹살 인증샷' 논란으로 화제가 된 식당이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배우 이원종 씨와 선거 유세를 한 뒤 해당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이 대표는 여기에 '계양 밤마실 후 삼겹살. 눈이 사르르 감기는 맛. 이원종 배우님과'라는 글을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 5일 이 대표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두 사람이 한우 전문점인 이 식당에 들어서며 "소고기 좀 먹을까"라고 말했다. 특히 이 씨 옆에 놓인 접시에 소고기로 추정되는 불그스름한 고기가 소고기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 대표가 "서민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됐다. 다만 이 식당에선 한우뿐만 아니라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등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과 원 후보, 이천수 후원회장이 이곳에서 식사한 건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식당에서 세 사람 앞에 놓인 음식은 소고기나 삼겹살이 아닌 김치찜이었고, 식사시간도 고작 6분가량이었다.
원 후보는 식사 후 기자들과 만나 '식사 장소를 여기로 잡은 이유'에 대해 "한 달 전에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도 오셔서 식사했던 곳으로 중앙당이나 계양 외부에서 의미 있는 중요한 분이 오실 때 모시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걸 알고 다른 분(이재명)이 오셨는진 모르겠다"면서 "그 기록을 보시면 저희는 계양에 뿌리를 박고 여기서 정직한 정치를 이끌고 국민의힘 혁신을 이끌겠다는 큰 유서가 깊이 남아 있는 식당이기 때문에 정했다. 저의 단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삼겹살 인증샷' 논란을 겨냥해 장소를 이곳으로 택한 것은 아니라지만, 한 위원장의 칼날은 이 대표에 향해 있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김준혁 논란의 대반전! 나의 이모는 김활란의 제물로 미군에 바쳐졌다 증언 터졌다!'는 제목의 영상과 함께 "역사적 진실에 눈감지 말아야"라는 글을 올렸다.
이 영상엔 '김활란의 친일·반여성 행각을 직시하며 역사 앞에 당당한 이화를 바라는 이화인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모습이 담겼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인사는 "1935년생 이모가 이화여대에 다녔다. 이모가 미군과 함께 잔디밭에 앉아있는 사진을 봤다"며 "어렸을 때 그 이상한 사진을 보고 좀 놀랐는데, 그 옆에는 우리 이모뿐만 아니라 여대생들이 미군들과 커플이 돼서 아마 집단 미팅을 하는 것과 같은 그런 사진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또 "1948년 무렵에 바로 그 낙랑클럽, 그 당시 이모가 졸업한 이후였는지 아니면 재학생 상태였는지 모르겠지만 바로 그때 김활란한테 걸렸구나, 하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며 "당시 미군을 사랑하고 미군과 사귄다는 것은 저희 외가의 엄격한 분위기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모는 정상적인 청춘을 보내지 못하고 정신분열증에 걸려 오랫동안 시달리다가 40대 후반쯤 시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유튜브 채널 글은 얼마 안 가 삭제됐지만, 한 위원장은 "이 대표가 김 후보의 이화여대 성상납이라든지 그런 망언에 대해 처음으로 밝히는 SNS글을 올렸던데 전 처음에는 그것이 이 대표가 올렸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그 취지는 김 후보의 여성관과 역사관에 동의하는 취지였다. 이건 전 국민 상식과 전 국민의 성평등의식 그리고 지금까지 전 국민이 이뤄온 인권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원 후보 지지도 호소했다. 그는 "이곳 인천 계양에 오늘내일 전 국민 관심이 집중될 거라 생각한다. 인천 계양에서의 승리와 계양 시민 설득을 위해 그동안 최선을 다해왔다"며 "계양에서 원 후보가 내는 공약들을 저희 당과 제가 책임지고 반드시 실천할 거라 약속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뒤이어 계획돼 있는 타 지역 후보 지원 유세 일정 때문에 일찍 자리를 떴다. 원 후보는 "한 위원장이 하루에 15개 이상의 일정을 처리하시느라고 사실 거의 주저앉을 정도의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도 힘을 내니 한 위원장도 끝까지 우리나라와 우리 일하는 국회, 그리고 우리 정직한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간절한 마음을 생각해서 끝까지 힘을 내서 국민의 절실한 그 마음을 이끌어내 주십사라고 간절하게 부탁드렸다"라고 말했다.
원 후보는 "계양 모든 주민이 그동안 20~30년 변화가 없었다는 얘기를 이구동성으로 하신다. 그래서 계양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는데 계양 주민들이 (저를) 도와주시면 10배로 보답하는 정치를 할 것"이라며 "일하는 국회, 그리고 정직한 정치로 주민들에게 삶에 변화를 이끌어줄 정치를 선택하실 지혜로운 유권자라는 걸 저는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 위원장의 원 후보 지지 방문엔 지난 세 번의 방문 때보다 더 많은 지지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한 위원장과 원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고, 국민의힘과 원 후보의 승리를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