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이달 1400원 터치
외환당국 구두개입에 진정 국면
"美 금리 동결 시 상단 1440원"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을 돌파하면서 강(强)달러 공포가 커지고 있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불안과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더해 외국인투자자의 배당금 해외 송금 등으로 달러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약세 국면이 이어지겠지만, 환율이 1400원을 재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한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3.9원 내린 1372.9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6일에는 장중 14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發) 고강도 통화긴축과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태 등을 포함해 이번이 네 차례에 불과하다.
우선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 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또 올해 들어 미국 물가가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이 시장의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강달러를 이끈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국내 기업의 배당금 지급일이 도래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투자자들이 배당금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달러를 매수해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 속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서자 진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할 때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다소 과도하다"며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그렇게 할 충분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약세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고 중동 지역의 확전 우려가 다소 완화된 만큼, 환율은 제한적인 수준에서 등락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유가 및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점이 복합적으로 반영되면서 환율이 진정되고 있다"며 "당분간 130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연구원은 "환율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연준의 통화정책이고, 속도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배당금 송금 이슈 등 수급 요인"이라며 "중동 지역의 확전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는 만큼 속도는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다만 그는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이 연초 3번에서 최근 1~2번까지로 줄었고, 공격적으로는 인상이나 동결로 간다는 시각도 있어 달러 강세가 약해지기 쉽지 않은 국면"이라며 "상반기 중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먼저 내리고,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경우 환율이 다시 스파이크(급등)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레벨은 2022년 9~10월 고점이었던 1430~1440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강달러 압력 확대와 함께 외국인 배당금 지급에 따른 달러 수요가 더해지면서 이달 들어 원화는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번 지정학적 갈등 격화에 따른 위험 회피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추가 오버슈팅(과도한 상승)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음 원·달러 환율의 유의미한 1차 상단은 빅피겨(큰 자릿수)인 1400원 수준일 것"이라며 "중동 갈등 전개 상황에 따라 확전으로 연결되면 2차 상단으로 1440원을 예상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