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로맨스 ‘톱스타 유백이’ 이어
‘여신강림’·‘선재 업고 튀어’로 증명한 로코 역량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2018년 tvN 드라마 ‘톱스타 유백이’의 공동 집필로 처음 시청자들을 만났던 이시은 작가는 이후 ‘여신강림’, ‘선재 업고 튀어’ 등 청춘 로맨스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마니아들을 구축했다.
특히 현재 방송 중인 ‘선재 업고 튀어’는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 분)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 팬 임솔(김혜윤 분)이 그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가는 신선한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유발 중이다. 시청률은 3%대로 높지 않지만, 앞선 3회에서 2049 남녀 시청률 전국 가구 기준 평균 1.9%, 최고 2.3%를 기록하며 전 채널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었다.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Rakuten Viki)에 따르면 방영 첫 주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 멕시코, 그리고 호주와 인도 등 전 세계 133개국 1위에 등극하는 성과도 남겼다.
◆ 뻔한 듯, 신선한 이시은 작가의 로맨스
이 작가는 첫 작품인 ‘톱스타 유백이’에서 대형 사고를 쳐 외딴섬에 유배 간 톱스타 유백(김지석 분)이 섬에 사는 깡순(전소민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선사했었다. 톱스타와 섬처녀의 로맨스라는,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슬로 라이프’의 매력을 제대로 담아내며 ‘힐링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장르적 매력에 충실한 것이 ‘톱스타 유백이’의 매력이었다. 어쩔 수 없이 섬 생활을 시작하게 된 유백이 깡순과 사사건건 부딪히며 ‘문명충돌’을 겪는 초반에는, 순수한 깡순의 귀여운 면모가 웃음을 유발했었다.
유백이가 깡순이와 여즉도의 매력에 스며드는 과정은 ‘힐링’ 그 자체였으며, 이 과정에서 삶의 진짜 행복을 되새겨보게 하는 메시지도 의미 있었다. 순진하지만, 특유의 ‘직진’ 매력으로 러블리함을 마음껏 발산한 전소민의 활약은 물론 유백이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설득력을 높인 김지석도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받았다. 새로운 전개로 시선을 끄는 작품은 아니지만, 충실하게 완성도를 채워나가며 호평을 받은 드라마로, ‘유백앓이’의 호응까지 끌어냈었다.
‘여신강림’에서도 이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개를 충실하게 이어나가며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냈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가 ‘화장’을 통해 여신이 된 주경(임수향 분)과 남모를 상처를 간직한 수호(차은우 분)가 만나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며 성장하는 내용의 ‘여신강림’은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었다.
원작의 설정에, 이 작가는 ‘섬세함’을 불어넣으며 완성도를 높였다. 주경과 수호가 과정도 디테일했지만, ‘외모 콤플렉스’와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는 전개 또한 섬세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설득시킨 것. ‘외모’를 소재로 삼으며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결국 주경이 자신의 민낯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과정을 짜임새 있게 그려내며 평가를 뒤집는 등 충분한 역량을 보여준 이 작가였다.
‘선재 업고 튀어’는 처음부터 관심을 받는 작품은 아니었다. 과거로 돌아가 사건을 해결하는 ‘타임슬립물’은 최근 안방극장의 ‘인기 장르’로 꼽힐 만큼 많았으며, 김수현-김지원 등 톱스타가 나선 작품 등과 비교하면 김혜윤-변우석의 인지도 또한 그리 높진 않았다.
그러나 임솔의 ‘팬심’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 공감을 자아내는가 하면, 과거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운명과도 같은 로맨스를 흥미롭게 펼쳐내며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서서히 풀어나가고 있는 이 작가가 후반부까지 완성도를 유지하며 ‘웰메이드 로맨스 드라마’를 남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