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학회 정책 심포지엄 개최…기업 펀더멘털 향상 초점
이사회 역할 강화 및 기관투자자 주주관여 활동 입법 제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단기적인 처방이 아닌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학계 및 금융투자업계의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른 대책으로는 이사회의 역할 강화와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 활동 관련 입법 등을 제시했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 회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성공을 위한 과제’ 정책 심포지엄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단기적·일시적인 아닌 장기적·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증권학회가 개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이관휘 서울대학교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의 이유가 단순히 미흡한 주주환원이나 낮은 수익성에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거버넌스(기업 지배구조) 이슈와 함께 시장 효율성을 저해하는 각종 세금·규제 등 각종 제도와 포괄적으로 얽혀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그 목표가 단기적 주가 부양이 돼서는 안 되며 궁극적으로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향상시키는데 있어야 한다”며 “규제 개혁과 함께 특히 이사회 역할이 핵심적”이라고 주장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강창모 한양대학교 교수는 기업들의 낮은 자기자본이익률과 소극적 주주환원 등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주주환원·일반주주 이익 보호 정책에 대한 기업의 공시 책임 강화, 이사회의 일반주주에 대한 책임 강화,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 활동 관련 입법 및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자인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대표는 미국 등 여타 국가에 비해 느슨한 내부거래 공시기준 강화와 스튜어드십 코드 실효성 제고, 이사진 업무 전문성 제고, 경영진 보수지급과 관련한 객관적 기준 도입 및 공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안희준 성균관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학계·연구원·기관투자자·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패널 토론도 진행됐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안착하기 위해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이사회가 직접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면서 “이사회내 위원회에서 산업특성·기업여건 등을 고려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철 NH투자증권 운용사업부 총괄대표는 “국내 증시 저평가 원인은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와 기타 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사회 변화를 유도하고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해결책이지만 규제 강화보다는 행동주의 펀드나 주주권 행사를 활성화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현 상태에서 자본은 해외로 계속 유출되고 이는 국내 기업과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상법 개정과 행동주의 펀드·연기금의 감시 기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밸류업의 성공을 위해 인수·합병(M&A) 시장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을 제시하고 모자회사 중복상장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면서 “사모펀드(PEF)의 역할 제고와 M&A 시장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재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국내 기업의 창조적 혁신을 도와주는 정책적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M&A를 통한 기업구조조정 및 외국인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주식시장의 선진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날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의 규제가 아니라 건전한 시장 압력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며 “밸류업을 통한 자본시장 활력 제고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회복을 위한 중요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고상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유관기관과 차질없이 준비 중”이라고 설명하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참여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동참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