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역에서 강남 접근성 떨어져”, 예상 수요 40% 밑돌아
삼성역 개통 2028년…국토부, SG레일에 매년 손실 보전해야
국토부-서울시, ‘네 탓 공방’…“구상권 청구 검토”
예상을 벗어난 GTX-A의 저조한 흥행으로 적자 운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GTX-A가 수요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삼성역이 개통돼야 한다는 관측이 큰데, 2028년 전 구간 운행이 이뤄지는 시점까지 국토교통부가 적자 운영에 대한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개통한 GTX-A 동탄~수서 구간(34.9km)의 실제 이용률은 예상 수요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은 예상 수요(2만1523명) 대비 실제 이용률이 40%를 넘지 못했고, 주말(1만6788명)은 60% 수준으로 파악된다.
“동탄역 접근성 낮아, 수서에서 강남권까지 환승 불편”
당초 국토부와 한국철도공단 등은 GTX가 개통하면 출근 시간대 높은 혼잡도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안전요원을 배치했으나, 실제 많은 인파가 몰리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가장 이용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동탄역은 연계교통체계 미비 등의 이유로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고, 종점인 수서역도 강남권 등 업무지구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2~3번 환승을 해야 해 오히려 불편함이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강남역으로 아침마다 출퇴근하는 동탄신도시 한 주민은 “처음 GTX-A가 개통했을 때 몇 번 타봤지만, 동탄역까지 버스타고 15분, 수서역에서 강남역까지 환승해서 가는 데 20분이 걸리더라”며 “버스보다 조금 시간이 줄었지만 오히려 환승 횟수가 늘어나서 더 피곤했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GTX는 동탄역이나 파주운정 등에서 탑승객이 많이 나오는데, 역까지의 환승이 편리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버스 등 연계 대중교통을 잘 이어주는 것과 함께 자차로 역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주차시설을 충분히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동탄~수서 구간의 구성역이 완공되면 이용률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차하는 역은 동탄역~성남역~수서역이지만 올해 6월부터는 동탄역과 성남역 사이에 위치한 구성역에도 운행을 시작한다.
그러나 GTX-A 이용률이 구성역을 뺀 예상 수요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구성역에 정차한다고 하더라도 탑승객 수가 크게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성역을 제외한 예상 이용 수요는 평일 약 1만5000명, 주말 약 1만2000명 수준이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GTX-A가 완전히 개통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GTX 취지가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을 빠르게 연결하는 것이다. 향후 전 구간이 개통했을 때 교통 편의성이 개선됐는지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GTX-A 이용 수요 핵심 키는 ‘삼성역’
결국 GTX-A가 다른 대중교통 수요를 흡수하고 ‘수도권 출퇴근 30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삼성역까지 전 구간이 개통돼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수서역에서는 강남권역 접근성이 떨어지고 향후 서울역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도 삼성역 구간이 개통돼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말 GTX-A 파주운정~서울 구간이 개통되는데, 동탄~수서 구간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삼성역이 완공돼야 한다.
문제는 삼성역이 2028년 완공돼 전 구간 정차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특히 파주운정~서울 구간은 민자구간으로 사업시행자인 SG레일에게 삼성역 미개통에 따른 손실보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국토부와 SG레일이 지난 2018년 12월에 체결한 ‘GTX-A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에 따르면 민자구간 개통 시점까지 재정구간이 개통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운영손실을 국토부가 보상하기로 돼 있다.
삼성역이 개통되는 2028년까지 국토부는 약 4년간 매년 수백억원의 손실보전액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아직 금액은 추산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연간 500억~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총 수천억원의 손실보전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삼성역 개통 관련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공사 지연의 책임이 서울시에 있다고 보고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2017년 서울시가 삼성역과 연계하는 영동대로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해 사업 기간이 크게 늘어났고, 이후 서울시가 요구한 사업비 증액 관련 협의가 이어지면서 삼성역 개통도 지연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국토부가 삼성역에 KTX 정차를 추진하려다가 취소하면서 사업이 지연된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 지연에 대한 책임이 서울시에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구상권을 어떻게 청구할 것이냐는 검토를 좀 해야 할 거 같다”며 “서울시와 조속히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정훈 교수는 “서울시는 그동안 수도권 교통 문제에 비협조적인 측면이 있었다. 국토부가 귀책사유를 명확히 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GTX 사업을 진행하다보면 서울시 등 지자체와 협력할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