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보다 못한 무역적자국' 주장
이재명, 영수회담서 "독재화 진행"
인용 보고서 보니, 기초 팩트 틀려
EIU선 韓 민주주의 지수 2단계 상승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서울의 한 지역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집중유세에서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못한 200대 무역적자국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외교 실패로 북한보다도 낙후된 국가가 됐다는 뉘앙스가 가득했다. 순간 연설 내용을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해당 후보뿐만 아니라 다수의 민주당 후보들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심지어 이재명 대표도 "5대 수출 국가가 이제 북한보다 못한 200대 무역 적자 국가가 되고 말았다"며 "수출 환경 개선은 정부가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상한 행태를 보이다 보니까 국가 관계가 점점 악화되고 수출환경이 점점 나빠졌다"고 했다. 일개 후보의 실언이 아닌 당 차원의 대대적인 공세였다.
하지만 일시적인 적자 폭을 가지고 경제규모 차이가 2000배 이상 차이 나는 북한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이런 식이라면 미국과 일본·영국 등 경제대국들도 때때로 북한보다 못한 무역적자국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근거가 된 2023년 무역수지를 보면 직전연도에 비해 수입·수출 규모가 다소 축소됐음에도 수출규모는 세계 8위를 기록했다. 더구나 2024년 1분기 수출은 7분기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표가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대한민국에 대해 스웨덴 연구기관이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인용한 보고서를 보면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잘못 서술하고 있는 부실한 보고서였음이 확인된다. 스웨덴 민주주의 연구소 V-Dem이 발표한 '2024년 민주주의 보고서'에 한국에 대한 기술은 1~2단락 정도로 짧았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2016년 퇴임 △2021년 대선 등의 내용이 나온다. 이는 모두 잘못된 사실이다.
또한 동 보고서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지수(LDI)가 지난해 28위에서 47위로 하락했다며 "민주화에서 독재화가 진행되는 국가 중 한 곳"으로 꼽았는데, 근거로 △성평등 공격 △전임 정권 및 야당에 대한 강압적 조치 등을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여성가족부 폐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시 '직무정지 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조치에 대해 당시 반발한 것을 현 정부의 '야당 탄압' 근거로 쓴 셈이다.
오히려 비슷한 시기 발표된 다른 조사에서는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가 더 상승했다는 결과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에서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전년 대비 2계단 상승한 세계 22위(완전 민주국가)로 평가됐다. 특히 '시민자유' 항목에서 윤석열 정부는 8.82로 문재인 정부였던 2021년(7.94) 대비 1점 가까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진짜 문제는 윤석열 정부 첫 '영수회담' 자리에서 부실한 일부 자료만 인용해 야당의 대표가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점이다. 기초 사실부터 부실한 보고서에 기인하는 주장을 가지고 논의를 해본들 합의점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어려운 민생을 돌보고 국민통합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고 결국 정쟁의 확대재생산만 남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