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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삼청교육대 피해자에 2억6000만원 배상"···'재산 손해' 첫 인정도


입력 2024.05.03 09:24 수정 2024.05.03 09:24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위자료 2억5000만원 및 구금 기간 일하지 못해 입은 손해 1271만8610원 인정

삼청교육대 피해자에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고 인정한 배상액 중 가장 높은 액수

원고, 1980년 삼청교육대 넘겨져…수감생활 마치고 1년간 보호감호 처분 받기도

삼청교육대 ⓒ연합뉴스

1980년대 초 삼청교육대에 수용돼 강제노역을 당한 피해자에게 국가가 위자료와 재산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한겨레에 따르면 제주지법 민사5단독 강란주 판사는 지난달 26일 삼청교육대 피해자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3억1000여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2억6271만861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위자료 2억5000만원과 A씨가 구금돼 있는 동안 일하지 못해 입은 재산상 손해 1271만8610원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그간 법원이 삼청교육대 피해자에 대해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고 인정한 배상액 중 가장 높은 액수다.


A씨는 1980년 8월 영장 없이 경찰에 붙잡혀 삼청교육대로 넘겨졌다. A씨는 삼청교육대에서 강제교육을 받고, 전술도로 보수와 방어시설 보강공사 등 강제노역에 투입됐다. 일일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처벌을 받았다.


A씨는 수감생활을 마치고도 1년 넘게 보호감호 처분을 추가로 받았다. 재범할 우려가 있다고 분리돼 다시 수용시설에 가둔 것이다. 그렇게 A씨는 총 2년4개월13일 동안 구금돼 있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7월 'A씨가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 삼청교육대 순화교육, 근로봉사대 강제노역,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피해 사실이 인정된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침해당한 데 대해 국가가 물적·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같은 해 8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손해배상 청구 기간이 지나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가 인권침해와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소송이 제기됐기 때문에 단기 소멸시효가 종료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과거사정리위의 결정이 전달된 시점부터 소멸시효를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가 2년4개월가량 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했고 퇴소한 이후에도 계엄법 위반 전과자라는 오명으로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공무원들에 의해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자행돼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법원은 지난해부터 삼청교육대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6월 삼청교육대 피해자에게 9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처음 판결했다. 지난 3월에는 삼청교육대 피해자 7명에게 각 1000만~2억여원, 피해자 가족에게는 200만~5337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 1월 대구지법은 피해자 1명에 대해 위자료 1억5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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