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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밍량 감독, 순수한 통찰력으로 영화의 미래를 묻다 [25th JIFF]


입력 2024.05.03 15:40 수정 2024.05.03 23:10        데일리안(전주) =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대만의 예술영화를 대표하는 차이밍량(Tsai Ming-Liang) 감독이 '행자' 시리즈를 통해 앞으로 영화와 영화관이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3일 오후 전북 전주시 베스트웨스턴호텔에서는 차이밍량 감독, 배우 이강생, 민성욱,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문성경 프로그래머가 참석한 가운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차이밍량-행자 연작' 기자회견이 열렸다.


중국 고전 서유기의 삼장법사에게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차이밍량 감독의 행자 연작 10편은 2012년 '무색'을 시작으로 타이베이, 홍콩, 말레이시아 쿠칭, 파리, 워싱턴 D.C. 등 각기 다른 도시를 배경으로 붉은 승복을 입은 행자로 분한 이강생 배우가 맨발로 느리게 걷는 모습을 담고 있다. 연작 10편 중 최신작 '곳'과 '무소주'는 코리안 프리미어로 상영될 예정이다. '행자' 연작을 모두 상영하는 건 전주국제영화제가 최초다.


민성욱 집행위원장은 "배우 이강생이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 '부제'라는 영화로 참석해 주셨다. 당시 감독님과, 배우들과 함께 식사 자리가 있었고, 이강생의 차기작을 여쭤봤다. 7월에 워싱턴 D.C에서 '행자' 시리즈 촬영을 한다고 말해줬다"라며 "문성경 프로그래머가 직접 차이밍량 감독을 찾아갔고, 이야기를 나눠 올해 특별전을 할 수 있었다"라고 '차이밍량-행자 연작' 시리즈를 진행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차이밍량 감독은 "23년 만에 전주국제영화제 왔다. 제 영화는 드라마, 다큐멘터리도 아니다. 어떤 한 단어로 규정짓기 어려운 형식이다. 지난 10년 동안 만들어 온 하나의 시리즈로 이 작품을 영화관에서 상영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10편의 모든 시리즈를 상영하는 대범한 선택을 해주셨다. 관객들께서 인내심을 가지고 영화를 보신다면 새로운 느낌을 느끼실 것이다"라고 올해 특별전 주인공이 된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날 전주국제영화제는 차이밍량 감독의 '행자' 11번째 시리즈를 함께하기로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장편화 제작을 활성화 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올해로 11번째 37편을 제작, 완성해 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감독님과 협업할 수 있을 것 같아 논의 했다"라고 '행자'를 11번째 시리즈를 전주에서 찍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이밍량 감독은 "전주에서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기쁘다. 제 영화는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다. 대부분 제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이 됐었고 '애정만세' 역시 한국의 많은 관객들이 관람해 줬다"라며 "전주가 아직 낯선 곳이기 때문에 이제 시간을 할애해 전주를 둘러보는 일을 할 것이다. 이 역시 '행자'가 가지고 있는 정신에 부합한다. 이 세상에 어느 곳을 가든지 좋은 걸 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지구는 생각보다 아름답다. 그래서 저는 전주에서 촬영될 '행자'가 너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관에서 보는 영상과 휴대전화로 보는 영상은 커다란 차이가 있고, 이걸 강조해야 하는 시대다. 관객이 영화관을 싫증 내기 시작했고, 영화관에 가는 걸 포기한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행자'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작품의 특색이 영화관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꼭 느끼셨으면 한다. 한국은 영화 산업이 전 세계에서 앞서가는 아시아 국가다. 그런 한국 분들에게 '행사' 시리즈를 보여줄 수 있게 된 건 행운이다"라고 덧붙였다.


차이밍량 감독이 '행자'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자유로움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 동안 작업해오던 방식에 싫증이 났었다. 상업적인 방면에서 너무나 많은 제안을 들어왔고, 이 제안들은 나를 구속시켰다. 저는 자유를 추구하는 성향이라 제안에 맞춰 시나리오를 쓸 수 없었고 힘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행자' 시리즈에서 고집하고 있는 건 이강생의 걸음걸이, 보폭이라며 "보폭과 걸음은 일정해야 한다. 배경은 매번 바뀌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 건 느린 걸음걸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차이밍량 감독은 한국 작품들에 대해 "사실 잘 보지 않는데 '더 글로리'는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받아 봤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들을 다시 보고는 한다. 한국은 우수한 감독과 배우들이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엘리베이터에서 윤여정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TV가 있다면 한국 작품을 보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한국 상업 영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를 추구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 감독들이 더 많이 탄생했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한편 차이밍량 감독은 영화제 기간에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해 관객들과 더 가까이서 소통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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