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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거래, 윤석열의 불안, 윤석열의 추락


입력 2024.05.11 04:04 수정 2024.05.11 04:04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수회담 특사 논란…단수 낮은 ‘위장 굴복’ 제스처

尹 측, “이렇게까지 예우했는데 거절당했다”

李 측, “이렇게까지 굽혔는데 거절해 버렸다”

‘절대 보수’ 지지자 절반 이상 등 돌린 중대 과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4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대통령 윤석열과 거대 야당 대표 이재명의 만남 전 양쪽 ‘특사’, 비공식 측근들을 통한 사전 협상 사실 공개가 일파만파의 충격과 추리를 낳고 있다.


“윤석열이 이렇게까지 추락했나?” 하는 실망과 배신감이 보수우파 지지자들 사이에 크다. 정치가 거래인 건 맞으나 투명하고 당당해야 한다. 그가 왜 과거(이제 과거다) 이미지와 맞지 않는 그 어둡고 비밀스러운 길을 찾았는지 의문이다.


그는 총선 전부터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매일이다시피 한 민생토론회에서 총선용 공약을 쏟아냈는데, 그 자신은 물론 언론도 정부도 그 수많은, 풀어 주고 들이붓는 정책들을 거의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그러면서 대파와 이종섭, 의료 사태를 일으켰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실수요 악수였다. 게다가 온 힘을 다하고 지지자들 인기도 최상이었던, 아끼는 후배라는 한동훈을 내치려고도 했다(기자회견에서는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답변).


이 모든 일들이 그의 총선 후 행동들을 설명해 주는, 심각한 불안 증세들이다. 그는 평정심과 중심을 잃고 충동적으로 총선 대패 대책 세우기에 나섰다.


맨 먼저 한 일이 한동훈 책임론을 띄우면서 신평, 홍준표 같은 평판이 부정적인 사람들과 어울리며 韓 때리기 스피커로 이용했다. 그런 다음 그동안 그토록 무시했던 이재명 비위 맞추기 작업에 들어갔다. 이른바 사전 물밑 협상이다.


무엇이 두려웠을까? 총선 전후 일련의 과정과 해프닝들을 보면 그가 나라를 위해 고민하고 걱정해서라기보다는 자기 성정 때문에, 그리고 가족의 ‘사법 리스크’를 막기 위해서 그러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많은 사람들이 품게 됐다.


‘특사’ 논란 중에서, 함성득과 임혁백이 과연 무엇을 위해 한국일보에 제 발로 찾아가 인터뷰를 했느냐는 게 최대 미스터리다. 대통령실, 언론, 해당 정당 아무 곳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필자의 추측은 이것이다. 두 사람이 특사(메신저) 역할을 한 건 사실이라고 본다. 이걸 아무도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비선 존재와 전언 내용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부인했다.


“물밑 협상, 특사 같은 거창한 건 없었다.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

그러면 그들은 왜 접촉 사실을 공개했을까? 경쟁 언론 매체들은 두 사람이 신평처럼 자기들 가교 역할 홍보를 한 것으로 평가했으나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과시나 홍보로 보기엔 정보의 구체성과 형식이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중요한 건 함-임 두 사람과 이재명 3자가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났다는 사실이다. 누구도 그런 적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다음 날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전화해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물밑 접촉-당사자 면담-회담 확정 순서로 일이 진행된 정황이다.


한국일보에 난 함성득(윤석열과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같은 입주자 관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대통령학 전공자로 최근 저서에서 윤석열-문재인 독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만류 비화 공개)과 임혁백(고려대 명예교수, 함성득과 고려대에서 함께 재직, 이번 총선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이재명 측근) 사진이 많은 걸 말해 준다.


두 사람은 각각 국민의힘과 민주당 당 색인 빨강과 파랑 넥타이를 일부러 매고 왔다. 함성득은 “윤 대통령의 큰 정치를 위한 뜻을 전해 달라”고 다른 언론의 확인 전화 취재에 응하면서 당부하기도 했다. 임혁백도 기자들에게 ‘막전 막후’ 얘기를 아끼지 않고 자세히 풀고 있다.


감이 잡히지 않는가? 두 사람은 尹-李를 위해 만나고 말을 전했으며, 뭔가 필요해 의해 사전 접촉 전말 보따리 풀기에 나선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윤석열과 이재명의 허가(심지어 주문?)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尹 측은 “내가 이렇게까지 예우하며 여러 가지 제의했는데, 아쉽게도 거절당했다”라고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었을지 모른다. 반면, 李 측은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굽히고 들어왔는데, 거절해 버렸다”라는 사실이 알려져서 나쁠 게 없다고 봤을 수 있다.


대통령실은 특종 보도 당일 한참 뜸을 들이다 어색한 부인 논평만 냈을 뿐 법적 검토 운운하는 대응도 하지 않았다. 민주당 또한 “천준호 비서실장 외 비공식 라인은 없었다”라고 의례적 입장 발표를 했다. 그래서 그런 추측이 가능하다.


윤석열은 이번 소동으로 단수 낮은 정치 감각을 드러냈다.


“총리 추천해달라, 비서실장 대권 경쟁자 배제하겠다, 부부 동반으로 골프도 하자, 이 대표 수사는 문재인 정권에서 시작한 것이고 내 가족도 당했다.”

하나같이 이재명이 듣기에 너무 과분하고, “이 양반이 진심으로 이러는 건가?”라고 의심할 만한 말들이다. 그는 총선 참패로 궁지에 몰리니 잠시 굴복하는 제스처를 보이는 것으로 받아들였음이 틀림없다.


이재명은 윤석열의 ‘위장’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듯 잔뜩 무게를 잡고 물리쳤다.


“허수아비 총리라면 추천하지 않겠다. 대권 경쟁자는 많을수록 좋다. 협치를 넘어, 대통령 고유 영역인 외교와 안보 외 민생 분야 통치에서는 공치(공동 통치, 공동 정부?)를 하는 국정 기조 변화가 먼저다.”

윤석열은 소기의 목적 달성은 못하고 체면은 구길 대로 구기면서 절대 보수 지지의 절반 이상을 잃는 중대 과오를 범하는 결과를 안았다.


그가 불안 증세를 조속히 치료하고 안정을 회복해서 예전처럼 위풍당당하게 국정에 임해 주기를 바라는 게 국민 마음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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