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첫 민생토론회…주제는 노동
시즌1, '일방적 정책 홍보' 지적…시즌2, '쌍방향 소통' 중점
노동 약자 지원·보호 법률 제정 약속…'노동법원' 설치 추진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시작한 '민생토론회 시즌2'는 '시즌1'과 비교해 몇 가지 달라진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이전과 달리 늘 하던 국민의례는 빠졌고,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후 곧바로 이어졌던 소관 부처 장관의 발표도 없어졌다.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 간의 좌석 거리는 한층 더 가까워졌다.
'민생토론회 시즌1'이 '일방적 정책 홍보쇼'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만큼, '시즌2'는 국민의 목소리를 더 들으면서 '쌍방향 소통'에 중점을 두겠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현장'을 주제로 25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했다. 이번 민생토론회는 지난 3월 26일 충북에서 개최된 24번째 민생토론회 이후 49일 만에 열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장에 입장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이후 카페 근로자, 증권사 비정규직 근로자, 건설 현장 안전 관리 근로자, 아이돌 가수 출신 페인트공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시민들의 발언을 경청하며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거나 메모를 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시민들의 발언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개선 방안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점심도 거르고 (토론회를) 더 계속하고 싶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나온 노동현장과 관련된 민생토론회는 앞으로도 (주제별로 나눠) 더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시즌2는 특정 주제를 한번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주제에서 파생되는 세부 사항들을 폭넓고 깊게 살펴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민생토론회 시즌2에서는 윤 대통령이 시민들의 애로사항 등을 들은 뒤 직접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1에선 주로 관계 부처 장관이 대답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 심리적 거리도 가까워지는 만큼, 오늘 토론회장 내 대통령과 참석자들 간의 좌석도 이전보다 한층 더 가깝게 배치했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미조직·비정규직 근로자, 근로형태 변화로 등장한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플랫폼 종사자 등을 언급하며 "정부는 노동 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해서 노동 약자를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보호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 약자 지원 및 보호법과 관련해 "미조직 근로자들이 질병·상해·실업을 겪을 때 경제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공제회 설치를 지원하고, 노동 약자들이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고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는 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노동 약자들을 위한 표준계약서도 이 법의 틀 안에서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노동법원 설치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도 이제 노동법원의 설치가 필요한 단계가 됐다"며 "노동부와 법무부가 기본 준비를 하고 사법부와도 협의해서 임기 중에 노동법원 설치에 관련된 법안을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을 비롯한 노동·교육·연금개혁 등 '4대 개혁' 관철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개혁은 지금 같은 세상에선 적을 많이 만드는 일"이라며 "개혁을 하게 되면 결국 많은 국민들에게 이롭지만, 또 누군가는 어떤 기득권을 뺏긴다"고 했다.
아울러 "(개혁으로) 이로움을 누리게 되는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 별로 인식을 못 하고 조금씩 나아지는 걸 잘 못 느끼지만, 뭔가를 빼앗기는 쪽에서는 정말 정권 퇴진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개혁을 해 나간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제 임기 동안 반드시 문제를 짚고 넘어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