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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성장률 5% 사수’ 위해 돈 퍼붓는다


입력 2024.05.19 07:07 수정 2024.05.19 07:07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中, 만기 20·30·50년 초장기 특별국채 1조위안 발행

부동산 장기 부진 속에 인프라 투자 위한 유동성 공급

일반 국채와는 달리 특별국채는 재정적자에 불포함

부동산·인프라 투자로 빚진 지방정부 부채구조 개선

지난 4개월 동안의 주택 매출이 47%가량 곤두박질치고 미분양 주택 재고가 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중국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사진은 중국 상하이의 한 건설 현장. ⓒ EPA/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1조 위안(약 188조원) 규모 '초장기 특별국채'가 공식 발행했다. 재정부는 17일 오전 30년 만기 400억 위안 규모의 고정금리 첫 특별국채를 내놨다. 표면(액면) 금리는 이날 오전 56개 금융기관의 경쟁 입찰을 통해 연 2.57%로 확정됐다고 반관영 통신사 중국신문사(中國新聞社)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오는 22일부터 채권시장 거래를 시작하기로 했다. 20년·50년 만기 채권은 각각 24일과 6월 14일부터 순차적으로 11월 15일까지 발행해 시장에 풀린다.


중국이 ‘경기 연착륙의 마지노선’인 경제성장률 5%선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쏟아붓는다. 경기침체의 수렁에서 탈출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대규모 특별국채를 발행해 경기부양에 나선 것이다.


재정부는 앞서 13일 만기가 20~50년인 초장기 특별국채를 모두 1조 위안(약 186조원) 규모로 발행한다는 내용의 ‘2024년 특별국채 발행 배정에 관한 통지’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부진 속에 투자가 크게 위축되자 정부 주도로 인프라 투자를 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딩솽(丁爽) 스탠다드차타드(SC) 중화권 및 동북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특별채 발행이) 지금까지 느렸던 재정지출을 가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적절한 예산 집행은 1분기의 긍정적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5%대 성장률 달성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안후이성 화이베이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중국 위안화를 세고 있다. ⓒ AP/뉴시스

재정부는 발행액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만기가 20년(입찰일 7개)과 30년(11개), 50년(3개)으로 각각 설정됐으며 만기별 발행액은 각각 3000억·6000억·1000억 위안이라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재정당국은 주요 상업은행 등의 채권 담당자들을 만나 특별채 발행가격을 논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어 채권발행 계획이 국무원 등에 제출됐고 재무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함께 조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서 특별국채 발행계획을 발표했다.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는 전국인대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올해부터 몇 년에 걸쳐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며 "발행목적은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투입과 핵심 전략사업에 대한 지원"이라고 밝혔다.


이번 특별국채 발행은 부동산 침체로 가라앉은 내수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1일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같은달보다 2.5% 떨어졌다. 전달(-2.8%)보다 하락 폭이 줄었지만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류쑤서(劉蘇社)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장기채 발행은 중국 경제의 현대화를 위해 꼭 필요한 중대하고 긴급하며 어려운 과제들을 완수해 나가기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로 지방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만큼 중앙정부 차원에서 장기채를 발행해 부채구조를 개선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실제로 인민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4월 사회융자총액은 전달보다 2000억 위안 감소했다. 2017년 사회융자총액 통계를 발표한 이래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 4월 25일 중국 장쑤성 롄윈강 항구에서 비야디(BYD) 전기차가 브라질 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사회융자총액은 은행대출을 비롯해 채권 및 주식 발행 등을 모두 포함하는 지표로 유동성 공급 총량을 가늠할 수 있다. 발행된 국채보다 상환된 국채가 더 많은 데다 그림자 금융(비은행에서 취급하는 금융상품)을 통한 자금조달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4월 신규 대출 및 통화량 지표 역시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왔다. 4월의 경우 계절적 요인으로 자금 수요가 줄어드는 면이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중국 경제 동력이 전반적으로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저우마오화((周茂華) 중국 광다(光大)은행 이코노미스트는 "4월 신규 대출 및 융자 지표는 실물 경제의 융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중국 정부가 초장기 특별채권 발행을 통해 본격적으로 경기부양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신용평가사 CSPI의 제임슨 쭤 이사는 "세계적인 기준과 비교하면 중국은 여전히 5~10년 내에 수조 위안 규모 국채를 발행할 여력이 있다"며 "지방정부 부채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중앙정부가 더 많은 돈을 빌려 부채구조를 개선한다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30년 국채 금리는 수십 년 만에 최저인 2.5~2.6%다.


특별국채 발행은 기존 국채 상환을 위한 재발행을 제외하면 이번이 네 번째다. 재정당국은 1998년 외환위기에 따른 4대 국유은행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2700억 위안, 2007년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를 설립하기 위해 1조 5500억 위안의 특별채를 발행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방역 및 인프라 투자를 위해 1조 위안 규모를 시장에 공급했다. 2022년에는 국채상환을 위해 7500억 위안을 발행했다.


ⓒ 자료; 중국 재정부

초장기 특별국채는 만기가 20년 이상인 국채를 뜻한다. 국가의 주요 전략과 핵심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사용되는 채권이다. 주로 과학기술 혁신과 도시·농촌 통합 개발, 지역 조정 개발, 식량·에너지 안보, 고품질 인구 개발 등에 사용된다.


국가의 일반적인 재정지출에 사용돼 재정적자에 포함되는 일반 국채와 달리 특별국채는 재정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만기가 길어 영구채와 유사한 데다 투자 분야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부채 상환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재정을 통한 상환 부담이 없다보니 중국 경제의 숨은 뇌관으로 꼽히는 지방 정부의 부채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물론 중국의 부채는 아직 관리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다만 부채증가 속도가 가파르고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문제가 심각해 향후 국내외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말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금융발전실험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총부채 비율은 287.1%였다. 총부채 비율은 정부, 비금융기업, 가계의 부채를 합산한 총부채를 명목 GDP로 나눈 값이다. 경제성장률 둔화가 주요 원인이다. 나랏빚을 늘려서 경기를 부양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말이다.


ⓒ 자료: 중국 국가금융발전실험실

중국 지방정부들이 안고 있는 ‘숨겨진 부채’ 역시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잠재적 요인으로 꼽힌다. 자산운용업체 피델리티는 중국 국가부채 비율이 지방정부 자금조달기구(LGFV) 부채를 포함하면 130%가 넘는다고 진단했다.


LGFV는 인프라 개발과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된 지방정부 산하 특수법인이다. LGFV 부채는 중앙정부 부채 통계에 잡히지 않아 숨겨진 부채로 불린다. 이 때문에 이번 특별채 발행도 더는 부채를 늘리기 어려운 지방정부를 대신해 중앙정부가 총대를 멘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 용어 설명


경착륙(Hard Landing)은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이 경기 침체로 분류될 정도로 큰 하락세를 보일 때를 말한다. L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언론과 학계에서 쓰는 경착륙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언론에서는 경착륙을 성장률 하락폭이 크다는 의미 외에도 성장률 하락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고 성장률 하락이 돌발적으로 시작된다는 뜻도 내포된다.


학계에선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로 2개 분기 이상 연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을 경착륙으로 판단한다. 정해진 기준선은 없다. 다만 중국 경제의 경우 연간 성장률 5%를 ‘레드라인’으로 본다는 게 한국은행의 시각이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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