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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가치 제고·규제 완화로 코리아 밸류업" [2024 금융비전포럼-종합]


입력 2024.05.23 12:37 수정 2024.05.23 12:41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과 해소 방안 논의

"지배구조 개선하고 기업 성장동력 찾아야"

민병호 데일리안 대표이사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코리아 밸류업, 퀀텀점프의 조건은'을 주제로 열린 데일리안 2024 글로벌 금융비전 포럼에서 개회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데일리안이 개최한 '2024 글로벌 금융비전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경제가 혁신적인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를 저평가하는 요인을 점검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디지털 금융시장에도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민병호 데일리안 대표이사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코리아 밸류업, 퀀텀점프 조건은'이라는 주제로 열린 2024 글로벌 금융비전 포럼에서 "금융권과 자본시장은 디지털이란 새 물결 속에서 도전을 요구받고 있고, 급속한 고령화 등 뿌리부터 달라지고 있는 사회 구조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제22대 국회의 공식 개원이 정확히 일주일 남은 지금, 우리 경제 구조의 혁신을 바라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이를 발판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코리아 밸류업을 외치고 있고, 동시에 금융당국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며 "우리 경제를 저평가하게 만든 각종 규제와 관행을 손질해 새 도약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이라고 부연했다.


정유신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겸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코리아 밸류업, 퀀텀점프의 조건은'을 주제로 열린 데일리안 2024 글로벌 금융비전 포럼에서 주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첫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정유신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겸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코리아 밸류업을 위해 디지털금융 경쟁력 제고를 강조했다. 금융·비금융 간 융합 서비스가 정부 부처 간의 '칸막이 행정'으로 제약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 원장은 "마이데이터 2.0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의 다양화와 융합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비교 추천 및 대환대출 서비스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고, 핀테크의 성장단계를 지원하기 위해 빅테크와 중소 핀테크를 구별하는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토큰증권 입법화를 재추진하기 위해 투자계약증권 단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며 "투자계약증권은 발행 관련 증권에서만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보고 있는 단서를 삭제해 다른 증권과 동일하게 유통에 대한 규제를 적용받는다"고 언급했다. 가상자산 육성에 관한 2단계 입법도 추진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문제를 언급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가는 지배권의 사적이익이 반영되지 않은 일반주주간 거래 가격이다. 하지만 전체 주식 가치가 증가하더라도 지배권의 사적이익이 과도한 경우 시가총액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지배주주의 사적이익을 적절하게 조정해 기업가치 증가가 주식가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인수·합병(M&A) 시 높은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지배주주에게 지급 돼, 국내에서는 지배권의 사적이익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코리아 벨류업, 퀀텀점프 조건은'을 주제로 열린 2024 글로벌 금융비전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패널 토론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 자본시장과 기업 밸류업 방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다. 전문가들은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기업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리아 밸류업에서 금융투자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금융사들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금융업권의 경우 빅테크와의 경쟁 심화, 금산분리, 세제 제도 개선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인터넷은행들이 금융업권에 진출하고 있는데 기존 은행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금산분리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며 "해외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태국하고 비슷한 그룹으로 묶인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회장은 "시장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모두 투자"라며 글로벌 관점에서 지난 5~10년만에 지배구조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변화를 거둔 일본 시장을 언급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금융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주요 은행과 국내 은행의 수익 구조를 비교해보면 고부가가치 서비스 비중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 선진은행들은 주택금융, 기업금융, 투자금융, 단기금융 등의 분야 이외에도 계좌·결제 서비스, 소비자 대출, 자산관리 등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를 위해 수익성 제고, 주주환원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비영업자산 활용 증대,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소액주주 권리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맥락에서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긴 호흡을 통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본질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골자로 자율적 시장 압력, 지배 구조 개선 유도, 자산·자본의 효율적 배분,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등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에 신진창 금융위원회 정책국장은 금융권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금융당국이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국장은 "금융지주사의 경우 계열사 간 데이터 활용과 공동영업 활성화, 핀테크 등에 대한 출자규제를 완화하고 카드사는 고비용 거래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금융업권별 발전 청사진을 제시했다. 상호금융권은 대형 조합 건전성·내부통제 규율 강화와 상호금융권역 간 규제 차이 해소 등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금산분리가 완화된 곳은 보험, 증권 분야로 차등화된 규제"라며 "은행이 비금융으로 진출하는데 규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의 글로벌화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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