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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PD도, 방송사도 가세…예능 전문 제작사 범람 [예능 콘텐츠의 가능성②]


입력 2024.06.05 14:01 수정 2024.06.05 14:2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빈익빈 부익부 심화

"큰 규모의 제작사는 이어지기 힘든 상황" 어두운 전망도

김태호 PD는 MBC를 퇴사해 제작사 테오를 운영 중이며, TV조선에서 ‘트로트 신드롬’을 이끈 서혜진 PD는 크레아 스튜디오의 수장으로 활발하게 예능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CJ ENM의 산하 레이블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으로 옮겨 활동 중인 나영석 PD부터 퇴사 후 테오에 합류해 프리랜서 PD로 활동 중인 정종연, 이태경 등 각 방송사에서 활약하던 스타 PD들이 이제는 방송사 바깥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요즘이다.


ⓒ크레아스튜디오, MBC

여기에 일부 방송사도 이 흐름에 합류했다. CJ ENM의 산하 레이블 에그이즈커밍, JTBC 산하 예능스튜디오 세이 등 방송사와 ‘따로 또 같이’ 이어지는 예능 스튜디오가 있는가 하면, SBS는 지난해 말 예능 본부를 분사해 예능 콘텐츠 전문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프리즘을 출범시켰다.


이 외에도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콘텐츠 제작사 오오티비를 비롯해 ‘와썹맨’, ‘네고왕’ 등 웹예능의 원조격 콘텐츠를 연출한 PD들이 함께 설립한 수제 스튜디오 등 유튜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겨냥한 예능 전문 제작사들이 현재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렇듯 ‘방송사 밖 제작사’의 설립의 가장 큰 이유는 TV 플랫폼보다 유연한 제작 환경이다. 한 지상파의 예능 PD는 “지상파에서는 아무래도 지켜야 할 기준들이 많다. 그런데 특히 예능의 경우, 과감하고, 자극적인 전개를 선보이는 타 플랫폼과의 경쟁이 쉽지는 않다”고 짚으면서 “특히 TV 예능의 경우 제작비를 많이 들이지 않는 것이 주요 목표인데, OTT에서는 드라마 또는 그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하지 않나. 창작자 입장에선 자연스럽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 채널 출신으로, 현재 프리랜서 PD로 활동 중인 한 웹예능 PD는 “좀 더 유연하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은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이 가장 크다. 창작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에, 유튜브나 OTT 등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환경까지 뒷받침이 됐는데 새 시도를 안 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짚으면서 “방송사 내에서도 ‘투자자를 끌어오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그렇다면, 내가 조금 더 능동적으로 바깥에서 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PD는 MBC 퇴사 이후 티빙에서 ‘캐나다 체크인’으로 시청자들을 만났으며, 이후 유튜브 채널에서 ‘살롱드립’ 시리즈를 선보였다. ENA와 유튜브에서 동시 송출되는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물론, JT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의 방송도 앞두고 있는 등 유튜브, TV 플랫폼, OTT를 자유롭게 오가며 활약 중이다.


서혜진 PD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MBN에서 ‘불타는 트롯맨’을 선보였으며, 한일 국가대표 트로트 가수들이 출격해 대결하는 ‘한일가왕전’을 통해 ‘트로트의 글로벌화’에 대한 시도도 이어나가고 있다.


이렇듯 예능 콘텐츠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예능 전문 제작사가 범람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는 일부 스타 PD들이나 가능한 일’이라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김태호 PD의 제작사 테오는 지난 2022년, 설립 약 1년 만에 100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예능 콘텐츠의 가능성에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기도 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창작자들도 적지 않다.


다수의 웹예능 PD들은 케이블 채널 등에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은 이미 역량이 입증이 된 스타 PD가 아니면 힘든 일이며, 그나마 가능성이 열린 OTT의 경우는 지나치게 한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웹예능 PD는 “경쟁이 과열됐다. 각 방송사는 물론, 모든 제작사가 넷플릭스에 기획서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나마 예능 제작이 활발한 티빙의 경우만 봐도 시즌제 예능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상황에서 OTT 플랫폼의 좁은 문만 바라볼 순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튜브 플랫폼 또한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에, 광고 수익 또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PD는 “과감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 제작 또한 최대한 가볍게 임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예능 전문 제작사’라는 이름으로 제작사까지 차려 임하기엔 전망이 그리 밝진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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