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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미산 마을의 ‘놀이터’가 된 ‘개똥이네’ [공간을 기억하다]


입력 2024.09.06 14:38 수정 2024.09.09 07:5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책방지기의 이야기⑪] 서울 마포구 개똥이네 책놀이터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 서울 마포구 성산동 주민들과 함께한 13년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개똥이네 책놀이터는 주택가 골목의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서점이다. 색다른 외관에 ‘기가 서점이 맞나’라는 의문을 가지게 하지만, 문을 열면 그림책부터 재밌는 환경 이야기가 담긴 책까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이 독자들을 반긴다.


2011년 문을 연 개똥이네 책놀이터는 당시에만 해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깊은 골목 안에서 마을 주민들과 어우러졌었다. 지난 2022년 골목 바깥쪽으로 이전, 큰길 앞에서 손님들을 맞고 있다. 동네주민들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던 전과는 달리, 외부인들도 우연히 서점을 찾을 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그럼에도 집을 개조해 친근함을 자아내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서점을 찾는 손님과 독자들이 앉아 긴 시간 머무는 공간도 여전히 안쪽 마련돼 있다. 책만 사서 나가는 서점이 아닌, 어른들은 책을 통해 대화하고, 어린이들은 책을 보며 웃고 뛰놀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하는 정영화 대표는 개똥이네 책놀이터의 문턱이 더욱 낮아져, 다양한 사람들이 이 공간을 보다 자유롭게 즐기길 바랐다. 정 대표는 “처음 시작은 보리출판사의 지원이었다. 당시 출판사 대표님께서 이러한 공간이 도시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기획을 하셨다.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는 문화공간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으로 시작이 된 것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책방의 시작점을 짚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 4~5명이 시작한 책 모임, 15팀으로 확장되기까지


처음 성미산마을 골목에 자리를 잡았을 때만 해도 주민들의 반응이 크진 않았다. 정 대표는 “동네책방이 사실 주민들과 어우러지기 위해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해줘야 하는 것이지 않나. 그런데 시작할 땐 거기까지 생각하진 못했다”면서 “그래서 결론은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하자’는 것이었다. 당시엔 함께 운영하는 운영진이 4명이었는데, 모두가 보육교사 출신이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책을 통해 놀이를 하고, 또 누군가는 시를 좋아해서 시를 함께 읽기도 하고. 전래놀이와 바느질에 강점이 있는 교사들은 그걸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서서히 녹아들었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책모임만 15개 팀이 운영될 만큼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대다수의 구성원이 성미산마을의 주민들로,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모임부터 책 강독, 고전 읽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정 대표는 “아침 출근 전 모여서 함께 책을 읽고 가시는 분들도 있다. 그분들이 책을 사기도 하고, 또 주문을 해주시기도 하고. 서점 운영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제 10년이 넘다 보니 자연스럽게 쌓인 것 같다. 아무래도 같이 모이다 보니 점점 확장이 된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자연스럽게 ‘함께 해볼까’라고 제안을 하게 된다. “채식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채식 관련 책을 읽자는 제안을 하기도한다.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쌓인 성과”라고 말하지만, 다양한 색깔의 활동을 통해 지루할 틈 없는 재미를 선사하는 정 대표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꾸준한’ 활동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개똥이네 책놀이터가 운영 중인 모임에는 책방이 문을 연 해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참여 중인 회원들도 있었다. 정 대표는 “문체부에서 하는 공모 사업도 꾸준히 도전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길 위의 인문학’이라고 작가님을 모셔 글을 쓰는 내용의 모임도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과 글만으론 지루할 것 같아서 영상 에세이를 쓰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뭐가 좋겠냐고 물으면 누군가가 제안을 하고, 그러면 또 아는 분이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적은 비용으로 참여를 해주기도 하신다. 늘 뭘 하고 싶냐고 묻는다. 그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다채로워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동네 책방은 결국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곳이다. 그곳에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건 곧 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다는 것이 아닌가. 꼭 책방이 아니라도 좋다. 지금보다 책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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