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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친 유지 흠집낸 구연경…LG복지재단은 상속녀의 사리사욕 도구 아냐 [데스크 칼럼]


입력 2024.06.18 11:30 수정 2024.06.18 22:22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금융당국,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부정거래 의혹’ 수사 본격화

LG복지재단, 국민과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기 위해 설립

상속녀의 사리사욕 도구…부정·부도덕·탐욕으로 흡집 내선 안돼

선친 뜻 받든다면 구 대표 스스로 물러나야

구연경 대표 ⓒLG복지재단

"부자는 선인도, 악인도 아닙니다. 어느 쪽이 될지는 그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부는 악이 아니라 선을 행할 기회입니다. 나쁜 것은 그 기회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거부하는 것입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말년에 한 신부에게 보냈다는 질문 중 "부자가 천국 가는 것을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하던데, 부자는 악인이란 말인가"에 대한 답이라 한다. 이 말엔 사회 지도층의 자율과 책임, 친서민, 약자 배려, 책임과 희생이 모두 담겨 있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 금융감독원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혐의를 받는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를 조사한다는 소식은 부자의 품격조차 찾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선을 행할 기회는커녕 사회 지도층의 기본 의무조차 저버리는 그릇된 행태가 일반사회에서 '부자에 대한 혐오감'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구 대표는 남편 윤관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가 수백억원을 투자했던 바이오 기업 A사의 주식 3만주 가량을 개인적으로 취득했다. A사의 주식은 윤관 대표 회사의 투자 소식 발표 이후 급등했는데, 구 대표가 사전에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이 주식을 취득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해 3월말 주당 1만6000원 수준이던 A사 주가는 윤관 대표 회사의 투자 사실이 알려진 당일에만 16% 이상 급등했고, 지난해 한때는 5만원까지 치솟았다.


흥미롭게도 구 대표는 LG복지재단의 대표를 맡고 있다. 1991년 LG 2대 회장인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이후 정의 사회 구현사업과 소외계층 지원사업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는 곳이다. 이런 곳의 대표가 부정·부도덕·탐욕의 상징처럼 비치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는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한 미공개 중요정보를 특정 증권 등의 매매·거래에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매겨진다.


실제 구 대표의 혐의를 보면 LG복지재단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만치 낯 뜨거운 모습들이다. 물론 금감원의 조사가 나와봐야 정확한 사실을 알겠지만, 지금의 과정만 보더라도 구 대표의 모습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 있는 사람이 돈 많이 버는 것이 잘못이란 말이냐"는 주식졸부의 그것과 닮아있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양 99마리 가진 부자가 100마리를 채우려는 심보다.


더욱이 구 대표가 문제가 된 주식을 LG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적절치 못하다. 전형적인 왜곡이고 본질 회피다. 그래서 LG복지재단 이사회가 구 대표의 주식 기부안건을 보류한 것은 현명한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정의 구현을 목표로 하는 공익재단이 향후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는 주식을 받기엔 부담이 클 수 있다는 판단도 그렇다.


LG복지재단은 구 대표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구 대표의 선친인 고 구본무 회장은 1995년 LG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LG는 공정·정직·성실을 바탕으로 하는 정도경영을 통해 철저히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은 물론 사원ㆍ협력업체·주주·사회에 대해서 엄정히 책임을 다하는 참다운 세계기업이 되겠다"며 LG그룹에 '정도경영'의 가치를 심었다. 2017년 마지막 신년사에서도 고 구본무 회장은 "기업은 국민과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 우리가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더 나은 고객의 삶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임해야 한다"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렇게 LG복지재단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하고, 청소년을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다. 또 전국 각지의 재정 자립도가 낮고, 복지 수요가 높은 지방자치단체를 선정해 총 14개의 복지시설을 건립 기증했으며, 저출산 문제 극복의 일환으로 전국 8곳에 어린이집을 지었다.


이런 LG복지재단이 졸지에 재벌가 자제의 우아한 품위유지 수단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 대표가 지금이라도 선친의 뜻을 이해한다면 그 자리를 내려놓는 것이 마땅하다. 재단의 공익성은 막대한 부를 물려받은 상속녀의 사리사욕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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