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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촌 활성화? 농업은 되고 어업은 안 되는 차별부터 없애야”


입력 2024.06.22 07:00 수정 2024.06.22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취임 1년여 지난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지난해 오염수·해상풍력 파고 겪으며

실질적인 어업인·수산업 지원 강조

“수산물 소비 진작, 장기적 계획 필요”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수협중앙회

“단적인 예로 농사용 전기는 있는데 어업용은 없다. 농업을 하는 사람은 농사용 전기라고 해서 일반 전기나 주택용보다 싸게 공급해 주면서 어민, 어업용에는 그런 게 없다. 일부 지자체에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일시적인 지원은 있지만…. 애초 농사용처럼 어업용 전기도 저렴하게 공급해 주면 안 되는 이유가 뭔가? 수산 양식업자 등은 전기료만 한 해 수천만원이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어촌소멸 문제에 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만난 그는 정부가 어촌 관련 정책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어업인들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회장 취임 1년 2개월여가 지나는 동안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오염수 방류 등 격랑의 시간을 겪어온 노 회장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공약인 ‘어부의 세상’ 만들기와 정부 ‘바다 생활권’ 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더불어 지난 1년여 동안 전국 어업인, 조합원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장 경영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현재 한반도 해역은 다른 곳보다 수온이 급격히 오른 영향으로 어장 변화가 가속화하고, 생산 부진을 겪고 있다”며 “원전 오염수 문제도 이겨낸 수산물 소비가 경기 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주춤한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동·서·남해 어업인들의 공통적인 바람은 어촌경제를 떠받치는 두 개의 큰 축인 수산물 생산과 소비가 맞물려 조화롭게 이뤄지도록 국가적인 제도와 예산 지원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회장은 정부 정책 가운데 어민들이 가장 많이 불만을 호소하는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가 어업용 전기료 문제다.


노 회장에 따르면 현재 농업에 사용하는 전기(전력)는 ‘갑·을’로 구분해 일반용보다 저렴하게 공급한다. 반면 어업용 전력은 따로 없다. 일반 전기료를 부과한다. 이 때문에 많게는 연간 수천만원씩 전기 요금을 내는 양식업계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게 노 회장 주장이다.


“농업과 수산업에 대한 차별은 생각보다 크다. 양곡관리법처럼 농산물은 최저가격 보장제를 시행하면서 수산물은 그런 제도가 전혀 없다. 쌀은 만원에서 1000원으로 떨어지면 정부가 나서 가격을 보전해 주는데, 수산물은 만원에서 100원으로 떨어져도 아무 도움을 안 준다. 이건 정말 안 맞는 것 아니냐. (최저가격 보장을) 꼭 농산물에만 국한할 게 아니라 농·수산물로 하면 될 일인데….”


노 회장은 내친김에 현재 논의 중인 ‘해상 풍력’ 관련해서도 문제점을 꼬집었다.


“해상 풍력 문제는 탄소중립을 위해 국가가 하겠다면 솔직히 우리가 막을 방법은 없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와 똑같다. 그러면 (풍력발전에 따른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우리 어업인 의견을 들어줘야 할 것 아니냐. 그런데 지자체에서 (풍력발전 관련) 협의회나 뭐 이런 것들 구성하는 걸 보면 거기에 실제 어업활동을 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들어가 있다. 순수한 어업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노 회장은 풍력발전의 가장 큰 피해는 어업인인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이나 세수 확보를 위해 사업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풍력발전 관련 협의회는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어업인들이 최고 결정권자여야 한다”며 “그런 어업인들을 무시하고 음성적으로, 어업과 직접 관계도 없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느냐”고 꼬집었다.


노 회장은 풍력발전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일본은 해상풍력 발전소를 지을 때 자국법에 따라 어업인 의견수렴을 필수로 한다. 특히 어업활동에 지장이 예상되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어촌 종합대책 ‘바다 생활권’ 사업과 수산업 미래를 위한 역할 등에 대해 노 회장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해 봤다.


Q. 취임 1년 2개월여가 지났다. 우선 소감 한 말씀부터.


취임 이후 지난 1년여 동안 전국 어업인 목소리를 듣는 ‘현장 경영’에 집중했던 건 지역마다 수산 현안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업인의 공통적인 바람은 어촌경제를 떠받치는 두 개의 큰 축, 즉 수산물 생산과 소비가 맞물려 조화롭게 이뤄지도록 국가적인 제도와 예산 지원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반도 해역은 어장 변화가 가속해 생산에 큰 부진을 겪고 있다. 수산물 소비 역시 경기 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주춤하다.


흔들리는 수산물 생산·소비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수협과 어업인 자구 노력도 필요하지만, 수산업을 보호·육성하려는 국가적 대책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노동진(맨 오른쪽) 수협중앙회장이 지난해 8월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일본 원전오염수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수협중앙회

Q. 취임 당시 ‘어부의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잘 되고 있나?


‘어부의 세상’은 수산업에 종사하는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평등한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 의미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어업인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수협)중앙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번에 양식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가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됐는데, 덕분에 올해 1만 개 이상 어가에서 약 28억원의 세 부담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 어가에 대한 긴급경영안정자금도 마찬가지다. 이는 해당 자금에 부실이 발생할 경우 수협이 책임지겠다고 제안해서 결정된 것이다.


이처럼 어업인들의 실질적인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부와 국회 협조를 계속해서 구할 계획이다.


Q. 출마 공약인 ▲어촌계 종합 지원체계 구축 ▲회원조합 보조·융자금 확대 ▲바다환경보전특별위 신설 등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전국 2000여 개가 넘는 어촌계에서 발생하는 현안에 대해 올해부터 현장 중심 제도 개선 사업을 신규로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권역별 수산소통협의회를 수시로 열어 어업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양수산부 등과 업무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어촌계 어려움을 개선한 사례를 발굴해 포상하는 등 현장 목소리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려 한다.


지난해 ‘어촌계 현황 조사’가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받아 공신력을 얻게 된 만큼 해당 자료가 어촌현실에 맞는 정책 수립 기초자료로 활용되도록 노력 중이다.


이 밖에도 고금리 등으로 대출 연체에 허덕이는 조합원이 많은 만큼 경영 지원 자금을 지난해보다 800억원 늘어난 1800억원 규모로 확대했다. 현재 계획으로는 남은 임기 동안 지원금 규모를 3000억원까지 키울 계획이다.


연근해 어족자원 보존을 위한 방안으로는 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바다 개발 행위에 대해 ‘바다환경 자문단’을 신설해 대응하려 한다.


Q. 지난 1년여 동안 아쉬움이 남는 사업이 있나?


취임 직후부터 후쿠시마 원전 대응에 사실상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 이 탓에 수산물 소비 저변 확대를 위해 꼭 해야 했던 젊은 세대 중심의 식생활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식습관은 어릴 때부터 길러진다. 지금 수산물 소비는 주로 성인, 특히 30대 이상에서 주로 이뤄진다. 결국 어린이와 학생, 청년층을 사로잡아야 훗날 더 많은 소비층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수산물이 얼마나 몸에 좋은지, 밥상을 풍요롭게 하는지 적극 알려서 수산물에 관심을 두도록 해야 한다. 거기서 평생 고객을 만들 수 있다.


내달 2일(예정) 국내 최초로 어린이 직업 체험 시설에 ‘수산물’ 공간을 마련한다. 수산물을 요리하고 맛볼 수 있다. 지금 콘텐츠 기획과 시설 조성, 교육 영상 제작 등을 진행 중이다.


키즈(유아) 유튜버와 연계해 우리 수산물 맛과 영양, 우수성을 알리는 콘텐츠도 제작 중이다. 수산물을 활용한 만화나 교육자료, 홍보물도 보급해 어린이들이 수산물과 더 친근해지도록 만들 생각이다.


Q. 지난해 수산업계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었다. 관련해서 한 말씀 듣고 싶다.


두려움, 걱정과 달리 지난 일 년 동안 6차례 방류에도 소비가 크게 급감한 신호는 보이지 않았다. 이는 수산물에 대한 국가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했고, 관련 정보가 모두 투명하게 공개돼 믿음과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현재도 정부와 우리 수협에서 계속해서 수산물에 대한 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이렇게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이 잘 알고 계시기에 예전처럼 수산물을 계속 사랑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


Q. 올해는 고물가로 소비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 수산물도 타격이 작지 않을 듯한데….


현재 수산물 소비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는 데는 경기 부진과 높아진 물가 탓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수산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농산물과 주요 외식,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른 영향으로 전체적인 먹거리 지출 비용이 가계 가처분소득을 웃돌았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예전보다 소비 여력이 줄고,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산물을 찾는 손길은 더욱 주춤해진 것으로 보인다.


노동진(오른쪽 세번째) 수협중앙회장이 지난해 8월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고수온 피해 양식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Q. 기후변화도 어민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획량 감소로 어려움에 놓인 어업인과 조합원들이 늘고 있는데, 어떤 해법을 고민 중인가?


올해는 특히 동해 오징어 어획 부진으로 생계유지마저 어려운 어가가 속출했다. 다행히 300개 어가에 총 75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해 우선 경영 안정을 유지했으나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저는 한반도 해역에서 잡히는 어획물에 비해 어선 수가 많은 불균형 문제를 바로 잡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 정부가 오래전부터 어선 감척을 추진해 왔지만, 어획량이 적은 어선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투입비용 대비 효과는 미미하다.


폐업 지원금 또한 현재 평년 수익의 3년 치를 주는 데, 해당 자금으로는 어선이 가진 부채 상환할 돈에도 못 미친다. 앞으론 정부가 폐업 보상 기준을 높이고 대규모 집중 감척을 통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


고수온에 따른 수산물 피해 예방도 서둘러야 한다. 양식 수산물은 이미 국내 유통 수산물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각종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양식보험 누적 손해율이 200%에 육박한다는 건 그만큼 많은 양식 어가가 피해를 봤다는 의미다.


정부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잘 적응하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과학적 연구와 모니터링으로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하는 방향으로 재정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Q. 해상풍력 난개발을 막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요구 중이다. 22대 국회가 개원했는데, 특별법 제정 가능성은 어떻게 판단하시나?


특별법 마련과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까지 수협이 3년이 넘는 시간을 쏟아왔지만,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해상 풍력 허가를 받은 사업장의 90%가 황금어장에 터를 잡고 있어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조업 구역 축소는 불가피하다. 그래서 특별법 추진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만약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장 감소로 결국 수산물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될 게 분명하다. 어업인은 생계에 타격을 입을 것이고, 이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과 국가 전체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특별법 입법 추진을 올해 경제 정책 방향에 담았고, 현재 어업인은 물론 풍력 업계와 기후·환경·시민사회 단체도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사회 각계 합의와 공감도 충분히 이뤄져 이견이 별로 없다고 판단, 22대 국회 통과에 더욱 주력해 나갈 예정이다.


Q. 특별법 제정 외 남은 임기 동안 주력하고 싶은 사업 세 가지 정도를 꼽는다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슈로 해상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규모가 커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런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해상 풍력이 늘어난다는 것은 조업할 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우선 풍력발전이 조업이 활발한 해역에 설치되지 않게끔 철저히 대응할 예정이다.


기후변화로 어장이 크게 달라져 어획 부진을 겪고, 고수온과 태풍 등 자연재해로 양식 수산물이 큰 피해를 보는 문제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후변화는 수산업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총괄하는 별도 조직을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해 줬으면 싶다.


이 외에도 농·축산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정부 식생활 교육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수산물은 저열량 고단백 식품으로 성장기 어린이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초등학교 식생활 교육은 농·축산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래 세대인 영유아와 학생들이 우리 수산물과 더욱 친해질 수 있도록 자체 사업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 지원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Q. 끝으로 조합원들에게 한 말씀.


수협중앙회는 이윤 추구만이 아닌 수산업을 발전시키고, 조합원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구현해 나가는 데 목적이 있다.


전국 91개 조합과 조합원을 위해 존재하는 게 수협중앙회다. 남은 임기 이와 같은 설립 목적과 본연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현장의 어려움과 요구를 가장 먼저 듣고, 이를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는 활동에 전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이를 통해 조합원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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