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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일드펀드·채권개미 수요에 발행 줄 잇는 비우량채


입력 2024.06.28 13:20 수정 2024.06.28 13:29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두산 수요예측 목표액 6배...실적 안정화에 운용사 선호

미매각 발생해도 개인들이 물량받아...쌍용C&E 등 완판

위험성 높은 대신 고금리 제공...“이자수익 수요 자극”

ⓒ픽사베이

신용도가 낮아 외면을 받았던 신용등급 A급 이하 비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비우량 채권을 의무적으로 담아야 하는 하이일드펀드와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비우량채 수요를 뒷받침하는 양상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 25일 총 400억원을 모집하는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253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으면서 목표액의 6배가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신용등급 AA 이상 회사채를 우량으로, A 이하를 비우량으로 분류하고 있다. 두산의 신용등급은 BBB급으로 비우량이지만 수요 예측에서 흥행하며 최대 800억원의 증액 발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


두산의 선전에는 실적 개선과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9일 두산의 신용등급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로 올렸다. 두산이 BBB+ 신용도 지위를 회복한 건 지난 2020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비우량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가 실적·재무가 안정적인 두산그룹 등의 비우량채를 선호하면서 수요예측 흥행으로 연결되고 있다. 하이일드펀드는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 자산을 집중적으로 담는 펀드다.


이 펀드는 전체 자산의 일정 비율을 코스닥벤처기업 주식이나 BBB+이하 채권에 투자하면 공모주 물량의 일부를 우선 배정 받는 혜택이 있다. 올해 자산운용사들이 공모주를 더 많이 받기 위해 하이일드펀드 규모를 키우면서 비우량채 수요도 늘었다. 최대 3000만원까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비우량 채권을 위해 올 연말까지 예정된 하이일드펀드 세제 혜택을 연장·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BBB등급이 그나마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은 하이일드펀드의 수탁고 증가 덕”이라며 “BBB급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 말 일몰 예정인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분리과세 세제 혜택이 연장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수요 예측 흥행 결과와 관계없이 회사채 발행에 도전하는 비우량 기업들도 잇따르고 있다.


수요 예측에서 미 매각이 발생해도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들의 소매금융(리테일) 창구를 통해 미매각 물량 대부분을 받아주고 있어서다. 미 매각된 채권을 인수한 주관사들은 이를 개인들에게 재판매해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최근 HL D&I와 쌍용C&E는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에서 일부 미 매각을 피하지 못했지만 추가 청약을 통해 ‘완판’에 성공했다. 두 기업의 신용등급은 HL D&I가 BBB+, 쌍용C&E는 A 수준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채는 투자 위험성이 높은 대신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며 만기가 짧다. 앞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시장이 위축돼 AA급 이상 우량물의 쏠림 현상이 이어졌지만 고금리 채권에 투자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비우량채를 적극 매집하고 있는 추세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위 등급 회사채들이 수요예측에서 미달되더라도 개인 수요가 미매각 물량을 소화해주고 있다”며 “당초 개인투자자들은 자본차익 등을 겨냥하며 채권 시장에 진입했지만 이후엔 고금리 채권에 대한 캐리(이자수익) 수요가 자극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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