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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신협·수협 부실채권 17조…밀려드는 대출에 '몸살'


입력 2024.07.03 06:00 수정 2024.07.03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고정이하여신 1년 새 89.7% 급증

고금리 충격 누적에 리스크 확대

빚 부담 이미지. ⓒ연합뉴스

농협과 신협, 수협 등 국내 3대 상호금융 지역 조합들이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이 한 해 동안에만 두 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1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고금리 터널 속에서 제2금융권을 둘러싼 리스크가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도 돈을 더 빌리기 위해 대출 창구를 노크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상호금융권의 몸살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농협·신협·수협 소속 전국 조합들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17조184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89.7% 늘었다.


금융사는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상호금융별로 보면 농협 조합들이 품고 있는 고정이하여신만 10조775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5.1% 증가했다. 신협 역시 4조8232억원으로, 수협은 198억원으로 각각 73.6%와 111.8%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이처럼 부실채권이 쌓이고 있는 배경에는 고금리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높아진 금리로 대출 상환에 차질을 빚는 차주가 많아지면서 금융사의 여신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주는 형국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 차주가 많이 찾는 제2금융권인 상호금융권의 특성 상 대출 관리에 더욱 애를 먹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이렇게 부실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에도 대출 수요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상호금융 조합들의 총 여신은 지난해 말 기준 498조926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조4262억원 증가했다.


상호금융별로 보면 농협 조합에서 나간 여신이 357조660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0조6310억원 늘었다. 신협도 108조2153억원으로, 수협은 33조502억원으로 각각 2869억원과 5083억원씩 연신 보유량이 증가했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상호금융권의 대출 건전성은 앞으로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 특히 지금과 같은 고금리가 당분간 더 지속될 거란 관측에 고민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타이밍이 계속 미뤄지면서, 한은으로서도 선뜻 통화정책 전환이 어려워진 실정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속 자금줄이 막힌 차주들이 2금융권으로 향하는 흐름이 짙어지면서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며 "부실 관리 차원에서 상호금융권도 일괄적인 규제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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