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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中企 신규 연체 올해만 5조…대출 문턱 높아지나


입력 2024.07.03 06:00 수정 2024.07.03 06:00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전년 동기比 2조 더 많아

고금리·경기 침체 '충격'

은행 기업대출 심사 강화

기업 자금사정 악화할 듯

빚 부담 이미지.ⓒ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중소기업 대출에서 새롭게 발생한 연체가 올해 들어 석 달 동안에만 5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상황이 길어지자 기업들이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은행들이 지난해부터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취급해온 가운데 연체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어 대출 공급을 축소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 자금 사정이 빠듯한 기업들의 어려움이 보다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20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에서 발생한 신규 연체액(원리금 1개월 이상)은 올 1분기에만 5조2196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발생한 연체액 3조3010억원보다 58.1%(1조9185억원)나 많은 수준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시작된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의 기업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통상 금리 상승기에는 가계보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동안 코로나19 여파와 채권시장의 높은 변동성으로 은행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크게 증가했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발맞춰 기업대출 중심의 성장 전략을 가져간 점도 맞물렸다.


문제는 대출은 크게 늘었는데 기업들이 이를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에 경기가 침체하고 금융비용이 치솟으면서 중소기업들의 채무 상환 여력은 크게 악화했다.


실제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050조74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조5769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석 달 동안에만 9조원 넘게 불어나기도 했다.


중소기업들의 연체가 쌓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대출 심사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경기가 부진한 상황 속 중소기업들이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경영 여건은 갈수록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하나은행은 이번 달부터 수익성 낮은 기업 대상으로는 대출을 확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일부 영업점에 기업대출을 일정 금리 밑으로 내주지 말라는 방침도 전달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수익성과 건전성을 고려해 우량 기업 위주로 대출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대출 부실 등으로 인한 대손비용 증가는 리스크 관리 강화로 인한 은행의 대출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손충당금 적립 등 미래 부실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기간별 수익 구조를 평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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