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 ,부채와 재정 압박에 비트코인 현금화 추측
엘살바도르, 1일 1 BTC 매수...5779개 보유중
"경제 발전 수준 따라 비트코인 보는 관점 달라"
미국과 독일 정부는 비트코인을 매도하고 있는 반면, 과거 화폐가치 급락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는 물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독일의 부채·재정 압박이 비트코인 매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갖고 있는 특정 국가에서 비트코인 매도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독일까지 비트코인을 현금화하고 있다.
미국은 2014년부터 10년간 19만5091 BTC을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사(Casa)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 제임슨 롭이 추적한 데이터에서는 "미국 정부 추정 주소는 압류한 범죄 연루 비트코인을 2014년 이후 10년간 19만5091개 가량 매도해 총 3억6600만 달러(약 5049억원)를 현금화했다"고 전했다.
앞서 가상자산 마켓 데이터 플랫폼 언폴디드는 지난달 27일 "미국 정부가 법원으로부터 BTC 매도 허가를 받고 하루 만에 약 4000 BTC를 코인베이스에 입금했다"고 전한 바 있다. 현재 해당 주소는 21만3546 BTC(약 122억2529만 달러·17조원)를 보유 중이다.
미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불법 행위 압수 물량이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실크로드'가 있다. 실크로드는 마약 등 불법 물품을 판매하던 암시장 웹사이트로, 달러 대신 비트코인으로만 거래할 수 있었다. FBI가 설립자를 체포하고 비트코인을 압수했다. 이 외에도 거래소 해킹 물량 회수, 자금세탁 혐의 등으로 비트코인을 압류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최근 부채 급등으로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는 게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는 지난해 말 기준 미 연방정부의 부채 부담은 26조2000억 달러(약 3경6127조원)에 달한다. 금리 인상과 고령화가 부채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올라 이자 비용이 늘어난 데 이어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 부담도 커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사 블록스트림(Blockstream)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신봉자) 아담 백(Adam Back)은 X(구 트위터)를 통해 "미국 정부가 압수한 범죄 연루 BTC를 매도하고, 향후 더 많은 달러를 찍어내는 것이 BTC 사용자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이어 독일도 비트코인을 매도하고 있다. 독일은 그동안 범죄 수사, 자산 몰수, 세금 집행 조치 등으로 비트코인을 압류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19일부터 지금까지 7828 BTC를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도 미국과 유사한 재정 적자 문제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독일 정부는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을 실시했다. 또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로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해졌고, 에너지 가격 상승과 수입 비용 증가는 재정 부담을 가중시켰다. 각종 글로벌 경제 둔화와 무역 긴장 등 외부 요인들로 인해 적자가 확대된 것이다.
온체인 분석가 엠버CN(EmberCN)는 X를 통해 "독일 정부는 지난달 19일 비트코인 매도를 시작한 이후 며칠 간격으로 1000~2000 BTC를 거래소와 자산관리 기관에 이체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여전히 4만3800 BTC를 보유하고 있고, 최근 이체 빈도를 기준으로 볼 때 나머지 물량을 모두 이체하는 데는 2~3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같은 정부의 매도 움직임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독일 연방의회 무소속 의원 조안나 코타르는 정부에 비트코인 매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자산 다각화에 효과적이며 희소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화폐 평가절하 헷지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엘살바도르는 꾸준히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있다. 비트인포차트 데이터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정부로 추정되는 주소는 비트코인 하락세에도 매일 1 BTC를 꾸준히 매집하고 있다. 비트코인 보유량은 5779개로 집계됐다.
나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11월 17일 X를 통해 "내일부터 매일 1BTC를 매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엘살바도르는 지난 3월 중순 정부가 보유한 BTC를 콜드월렛으로 옮긴 뒤 주소를 공개, 매일 1 BTC를 매집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하고 매입했다. 자국 화폐 '콜론'을 사용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2001년부터 미국 달러를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다만 엘살바도르의 경제와 금융 시스템이 미국 정책에 좌우되면서 경제 주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하고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는 것이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독일과 같은 국가들은 달러, 유로화라는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어 가치의 저장 수단인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이에 범죄 수익 환수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비트코인을 매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수출로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엘살바도르와 같은 국가들은 달러 의존도가 높고, 자체 통화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만큼 비트코인을 대체 화폐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통화의 안정성, 수출입 경제 구조 등의 요인에 따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게 되고, 이에 따라 보유한 비트코인을 처분하거나 매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은 19만 BTC, 영국은 6만1000 BTC, 우크라이나는 4만6351 BTC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