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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에 흔들리는 정유업계…실적 먹구름 짙어진다


입력 2025.04.08 14:45 수정 2025.04.08 14:45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국제유가 4년 만에 최저치…정제마진도 손익분기점 밑돌아

중국발 수요 침체에 캐나다산 원유 반사이익 기대도 무산

"글로벌 공급 과잉·수요 부진 맞물려 국내 정유업계 부담 지속"

미 오클라호마 쿠싱의 원유 저장탱크. ⓒ연합뉴스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발 수요 부진, 공급 과잉까지 겹치면서 정유업계가 ‘삼중고’에 빠졌다. 1분기 실적 악화는 물론, 당분간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8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08% 내린 배럴당 60.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까지 WTI 가격은 3거래일 연속 급락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다.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손익분기점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과거 평균 6달러 수준이었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4월 7일 기준 배럴당 1.85달러로 급락했다. 업계 손익분기점(4~5달러)을 크게 밑돌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제마진 급락이 실적에도 직격탄이 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정유 부문에서 전년 동기 5910억원 흑자에서 340억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 역시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 에프앤가이드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전년 동기 대비 49.4% 감소한 2298억원의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예외는 아니다. BNK투자증권은 HD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3052억원에서 542억원으로 82.4%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SK 울산 CLX 전경. ⓒSK이노베이션

최근 유가과 정제마진 하락은 중국발 수요 부진과 OPEC+의 증산 계획 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오는 5월 원유 생산량을 하루 41만1000배럴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13만7000배럴 대비 약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업계는 이번 증산 결정과 가격 인하 움직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의식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를 통해 각국을 압박하는 한편, 석유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길 원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요 부진이다. 특히 중국 경기 침체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감소가 직격탄이 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 중 하나로,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석유제품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문제는 수요가 줄면 석유제품 가격 하락폭이 원유 가격 하락폭보다 더 크게 나타나는 구조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정유사들은 원가 부담을 줄이더라도 제품 판매 가격이 더 빠르게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에쓰오일 울산공장. ⓒ에쓰오일

여기에 캐나다산 원유 관세 면제까지 겹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반사이익 기대감도 사라졌다. 당초 미국이 캐나다 원유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캐나다가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을 늘릴 것으로 기대됐다. 캐나다산 원유는 WTI나 두바이유보다 저렴하고 국내 정유사들의 중질유 정제 설비와도 호환돼 원가 절감 효과가 예상됐다. SK이노베이션과 HD현대오일뱅크 등은 캐나다산 원유 도입을 검토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미국이 관세를 면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캐나다산 원유가 계속 미국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아시아 시장 공급 확대 가능성은 낮아졌다. 기대했던 원유 수입 다변화와 원가 절감 효과도 희미해졌다.


앞으로도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발 수요 부진이 맞물리며 국내 정유업계의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리포트에서 “그동안 글로벌 석유 수요를 견인한 중국의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전기차 보급 확대로 국내 정유사들의 주력 수출 제품인 운송용 석유제품 수요가 정체되고 있는 점은 아시아 지역 내 석유제품 수급과 국내 정유사 실적에 주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기 불확실성과 정체기에 진입한 운송용 석유제품 수요가 당분간 수급 측면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공급 부담 축소를 통한 수급여건 개선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한국신용평가는 “1분기에는 정제마진이 추가적으로 하락하면서 가시적인 회복을 보이지 못했으나, 공급 부담 완화를 통한 수급 개선 기대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2025~2026년 예상 연간 증설 규모는 2022~2024년 대비 축소될 예정이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노후 정제설비 폐쇄와 중국의 효율성이 낮은 소규모 정제설비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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