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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업, 생산 차질 없지만 '브랜드 실추'는 있다[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4.07.09 07:00 수정 2024.07.09 10:06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실제 자동화 공정에 차질 미칠 확률은 극히 미미

파업 참가자 수도 노조 측 추산과 경찰 측 추산 2배 차이

4%도 안되는 참가자 수치에도... 회사 이미지엔 치명타

삼성전자 노조가 8일 오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H1정문 앞에 모여 총파업을 결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파업 참여 노조원이 전부 생산직도 아닐 뿐더러, 반도체 공장은 대부분 자동화 공정이에요. 실제 노조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줄 수 있는 확률은 미미합니다. 다만 회사 이미지에는 엄청난 타격이 갈 수 있겠죠."


지난 8일 시작된 삼성전자 총파업과 관련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의 발언이다. 해당 관계자는 "실제로 노조 파업이 반도체 생산라인에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다만 회사 이미지와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 실추에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노조가 내세운 '반도체 생산 차질'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이야기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가 이를 모를 리는 없다. 그렇다면 노조 파업의 진짜 목표는 뭘까. 공식적으로는 전체 조합원에 대한 임금인상, 성과급 지급 기준 개정 등이다.


노조는 특히 총파업 선언 당시 2024년 기본인상률을 거부한 855명에 대한 더 높은 인상률을 적용해달라며 무임금·무노동 파업을 제시했지만, 하루 만에 '전체 조합원 대상 임금인상률 확대'와 '파업으로 발생될 임금 손실 보장'으로 입장을 바꾸며 혼란을 야기했다.


당연하게도 삼성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AI 반도체 핵심으로 꼽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을 경쟁사에 뺏기고 엔비디아와 품질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는 점,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점 등에서다.


삼성전자 국내 직원 수만 12만명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파업 참가자수는 사실상 크게 유의미한 숫자는 아니다. 전날 빗속에서 강행된 파업을 두고 노조 측에선 6500여명이 참석했다고 강조했지만, 경찰 추산은 절반 수준에 미치는 3000여명 가량이다. 전체 직원의 4%도 안되는 수치다.


이처럼 명분 없는 파업이라는 지적을 듣는 파업이지만, 가져올 파장은 의외로 크다.현재 삼성은 AI 반도체 핵심으로 꼽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을 경쟁사에 뺏기고,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1위 대만 TSMC와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회사는 연구개발은 물론 사업 추진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례적으로 부문장까지 대거 교체했다. 이번 파업은 부문장 교체 직후 진행되는 첫 파업이다. 통상 파운드리 업계는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기에 사장단 교체가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데 그럼에도 삼성이 부문장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만큼 업계가 직면한 현실이 엄중하다는 뜻이다.


내부에서도 전삼노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만연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이제 반도체 업황 회복세로 실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와중에, 첫 파업이 일어나니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하다"고 토로했다. 오늘 9일은 삼성 파운드리 포럼이 예정된 날이다. 부디 '빗속 결의대회'를 뒤로 하고 향후 업계를 주도할 전략과 방향타에 좀 더 많은 관심이 쏟아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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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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