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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신화’ 빌 황의 몰락…美 월가 ‘큰 손’에서 종신형 위기


입력 2024.07.11 20:04 수정 2024.07.12 04:53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파생금융상품 마진콜 사태로 미국 월가의 글로벌 금융회사들에 100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한국계 미국인 투자가 빌 황(오른쪽)씨. ⓒ AFP/연합뉴스

2021년 3월 파생금융상품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로 월가에 100억 달러(약 13조 8000억원)의 손실을 입힌 한국계 미국인 투자가가 빌 황(한국명 황성국·60)씨가 미국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10일(현지시간) 진행된 황씨의 사기 등 혐의 사건 형사재판에서 12명의 배심원단은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 황씨의 증권사기와 금융사기, 공갈 등 11개 중 10개 혐의에 대해 죄가 있다고 평결했다. 함께 기소된 패트릭 할리건(47) 아르케고스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공갈, 사기 등 3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마진콜 사태의 핵심 피고인이다. 황씨가 설립한 아케고스캐피털매니지먼트는 2020년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와 차액결제거래(CFD) 계약을 통해 월가 투자은행들로부터 돈을 빌려와 보유자산의 5배가 넘는 500억 달러 규모를 주식에 투자하고 주가를 조작했다. 아케고스의 레버리지 비율은 1000%에 달하기도 했다.


2021년 3월 아케고스가 투자한 일부 종목 주가가 급락하자 금융회사들이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 이른바 '마진콜'에 직면한 아케고스가 돈을 채워넣지 못하고 파산하면서 금융사들에 대규모 손실을 안겼다.


아케고스에 돈을 빌려준 투자은행(IB) 중 골드만삭스는 발 빠르게 담보주식을 블록딜을 통해 내다팔면서 손실을 최소화했지만, 크레딧스위스와 UBS, 노무라, 모건스탠리 등 다른 글로벌 금융회사 중심으로 손실이 확산했다. 당시 전체 손실 액수는 1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당국은 집계했다. 특히 스위스의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아케고스와의 거래로 맺은 손실 규모가 55억 달러에 달했다. 이 손실의 여파로 CS는 자국 경쟁사인 UBS에 인수됐다.


블록딜은 이른바 ‘큰손’(기관투자가)들의 대량 매매다. 주식을 대량 보유한 매도자가 사전에 매도 물량을 인수할 매수자를 구해 지분을 넘기는 거래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장이 끝난 후 이뤄진다. 장중 주가급락을 피할 수는 있지만, 다음날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황씨가 수십억 달러를 빌리기 위해 은행에 아케고스 파생상품 포지션 규모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며 “아케고스는 15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360억 달러로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선고 공판은 10월 28일 예정돼 있다. 로이터는 피고인들이 각 혐의에 대해 최대 20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검은 양복을 입고 법정에 앉아 있던 황 씨는 여생을 교도소에서 보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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