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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성수역, 인파밀집 지옥…"매일 매일 사고 걱정하며 산다" [데일리안이 간다 59]


입력 2024.07.14 06:36 수정 2024.07.14 06:36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출입구 중 가장 많은 사람 몰리는 성수역 3번 출구…퇴근길 시민들, 도로 점령한 채 줄 서 있어

5m 이동하는데 3분 정도 걸려, 역사 안도 극심한 혼잡…시민들 "서울시 직접 나서 조치 취해야"

2014년 도시재생 시범사업으로 붐비기 시작…팝업스토어 등 젊은 층 '핫플레이스' 급부상

성수역 시설 1980년과 동일, 관리 인력만 추가…성동구, 서울시 등에 지속적으로 출입구 신설 요청

12일 오후 6시쯤 성수역 일대 모습. 많은 사람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줄 서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유동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성수역 인근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퇴근 시간대인 평일 오후 5시~7시쯤에는 인근 회사에서 퇴근하는 직장인 수백명이 몰리며 심각한 혼잡도를 보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12일 오후 6시쯤 데일리안은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을 찾았다. 퇴근길에 나선 수많은 직장인들이 출입구 앞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출입구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다는 성수역 3번 출구 앞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사방에서 하나의 출구를 향해 오는 사람들로 인해 인도의 공간이 부족해 차도까지 사람들이 밀려나며 인파밀집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도로에 있던 시민과 차량이 뒤엉켜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경찰이 직접 나서 차량과 시민 통제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데일리안이 직접 퇴근길 행렬에 들어가 성수역 3번 출구로 들어가는 에스컬레이터까지 가는 동안 시간을 측정해 봤다. 약 5m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3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기다림 끝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들어온 역사 안도 극심한 혼잡도를 보였다.


12일 오후 성수역 내부는 여러 출구에서 한꺼번에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이날 퇴근길에서 만난 성수동 4년차 직장인 최모(31)씨는 "예전에는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리지는 않았는데 작년부터 유난히 혼잡해진 것 같다"며 "사람들이 많아진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출구를 넓힌다거나 신설하는 등의 조치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직장인 배모(37)씨는 "나에게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매일 퇴근한다"며 "서울시가 직접 나서서 출구를 늘리는 등 확실한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성수역이 이렇게까지 붐비게 된 배경에는 2014년 도시재생 시범 사업으로 성수동 일대가 사회적경제기업과 소셜벤처기업의 중심이 되면서 예술가, 청년 사업가 등이 유입된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성수동 카페거리와 팝업스토어, 전시회 등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젊은 층들 사이 일명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며 인파 유입이 더 가속화됐다.


지난 몇 년 사이 산업 트렌드 전환에 맞춘 선도적 기업 환경 조성 정책으로 많은 지식산업센터가 생겨났고 유니콘 기업 유치, 연예 기획사와 대기업 본사 이전 등이 활발해지며 출퇴근 인구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연도별 일평균 성수역 승하차 인원을 확인해 본 결과 이용인구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0년에는 승차 2만5331명, 하차 2만7885명 등 5만3216명이 이용했다. 2024년 1월~5월에는 승차 4만757명, 하차 4만4156명 등 8만4913명이 이용하며 이용자가 4년 사이 59.6% 늘었다. 해당 수치는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가 관리하는 285개 전철역 중 14위에 해당한다.


성수역 일대 거리를 찾은 젊은이들.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의 사고 위험이 매우 높아 보였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이 같은 변화 속에서도 성수역은 1980년 처음 운영을 시작한 이래 간단한 유지·보수 공사만 있었을 뿐 출구 신설 등의 조치는 없었다. 다만 최근 퇴근 시간대 많은 사람들이 몰리자 공사 측은 시니어 승강기 안전관리자 5명을 비롯해 안전 관리 인력 7명을 추가 배치했다.


지난 2월부터 성수역에서 시니어승강기 안전관리자를 맡은 정재철(63)씨는 "한 번은 한 시민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다"며 "에스컬레이터가 과부하로 자주 고장 나는데 출구 신설 등이 이뤄지기 어렵다면 시설 보수라도 확실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수동 일대는 서울숲 인근 개발계획,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성수IT산업개발진흥지구 확대, 글로벌 ESG 스타트업밸리 조성 등으로 앞으로도 유동 인구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성동구는 안전 인력 배치 같은 1차원적인 조치보다는 출구 신설 등 명확한 대책 마련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결정권을 갖고 있는 시·공사와 손발이 맞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성동구는 지난 2021년부터 서울시와 공사에 성수역 출구 신설 컴토를 요청해 왔다. 이에 시와 공사는 타당성 조사 결과 사업성이 낮아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성수역은 직장인 퇴근시간대인 오후 5시~7시쯤을 제외하고는 인파가 많이 몰리지 않아 재정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구는 안전 확보와 잦은 민원 발생을 해소하기 위해 거듭 시에 성수역 출입구 신설을 요구했고, 올해 시 추경예산으로 타당성 조사 재실시를 위한 용역비 1억원을 확보했다.


구 관계자는 "연말까지 타당성 조사 재실시 예정으로 유의미한 결과값이 도출되도록 시·공사와 협력할 예정"이라며 "3번 출구 앞 횡단보도 신호등 설치도 서울경찰청에 꾸준히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12일 저녁 성수역 3번 출구 앞에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퇴근길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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