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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 서울에 법인 세웠지만…국내 배터리 업계 '中 협력 브레이크'


입력 2025.04.17 12:45 수정 2025.04.17 13:04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CATL, 서울에 한국 법인 설립…전초기지 구축 시동

“시장 진출' 아닌 전략 거점…법인 성격은 탐색적”

국내 배터리 업계, 中 협력 잇단 조정…합작 줄줄이 지연

“中 완전 차단은 현실적 어려움…선택적 협력 필요”

지난해 4월 베이징 국제전람센터 순이관에서 열린 '2024 오토 차이나'(베이징 모터쇼)의 CATL 부스 전경.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중국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 CATL이 한국 법인을 세우며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건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는 오히려 중국과의 협력 조정에 들어갔다. 미중 갈등과 공급망 리스크 속에서 양국의 전략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지난 1월20일 한국 법인 ‘시에이티엘코리아 주식회사(CATL Korea Co., Ltd.)’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설립했다. 공동대표는 중국 국적의 한신준, 호주 국적의 권혁준이 맡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자본금은 6억원 규모이며, 1주당 금액은 5000원, 발행 주식은 총 12만 주에 불과하다. 정관상 발행 가능 주식 수는 1억 주로 설정돼 있어 향후 사업 확장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이지만 일반적으로 정관상 발행 가능 주식 수는 사업 확대를 대비해 넉넉히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시에이티엘코리아는 배터리 및 전력저장장치(ESS) 관련 제품의 제조·판매, 배터리 재활용,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술 자문 및 연구개발(R&D) 등 배터리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사업을 목적으로 등록했다.


시에이티엘코리아는 법인 설립과 함께 영업, 마케팅, 인사 등 분야에서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며 인재 영입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다수의 언론은 CATL의 한국 법인 설립을 ‘국내 시장 진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보다 전략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즉, 제품 판매보다는 한국 기업과의 협업 또는 미국 수출을 염두에 둔 교두보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문학훈 오산대 교수는 CATL의 한국 법인 설립에 대해 “국내 소비자 대상의 직접 판매보다는 전략적 거점 확보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첫째는 한국을 거점으로 제3국에 우회 수출하려는 목적, 둘째는 국내 완성차 제조사에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문 교수는 “한국 법인은 단순한 유통법인이 아니라 시장 정보 수집, 고객 대응, 사업 확장, 파트너십 관리 등 복합 기능을 수행할 조직”이라며 “CATL이 한국을 전초기지로 삼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7일 중국 저장성 화유코발트 본사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화유코발트의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 계약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CATL이 한국 시장 진출의 물꼬를 트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배터리 업계는 미국의 대중 견제를 의식해 중국 기업과의 협업을 재조정하는 모습에 주목된다.


이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우려 외국기관’(FEOC) 지정 등 미국발 공급망 규제가 현실화되며 양국의 전기차 배터리 전략이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서로 다른 궤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과 맞물린다.


한국 배터리 업계와 중국 소재 기업 간의 합작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지연되거나 무산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중국 화유코발트와 추진하던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 공장 착공을 미뤘다. 2023년 하반기 착공, 2024년 말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 등 대외 변수로 사업 동력이 약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공장 건설과 관련해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져 일부 계획에 수정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리사이클 관련 사업 관계는 계속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SK온·에코프로머티리얼즈·중국 GEM의 3자 합작 전구체 공장 설립도 무산됐으며, 포스코홀딩스와 중국 CNGR의 니켈 합작 공장 프로젝트도 중단됐다. LG화학 역시 화유그룹 계열사와 추진 중이던 모로코 합작 LFP 양극재 공장의 양산 시점을 2027년으로 1년 연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당장의 리스크 회피에 집중하기보다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유연하게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교수는 “중국과의 협력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국내 배터리 업계도 선택적 협력과 기술 공유를 통해 미·중 갈등 속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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