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해외 수주액 155억 달러, 9.9% 감소했지만
“위축된 글로벌 경기 속 선방…상반기 발주 일정도 하반기로 밀려”
중동 64.4% 비중 압도적, 북미·태평양 및 중남미 등 진출 움직임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분야 수주 실적 1년 전 대비 약 10% 저조한 수준으로 집계됐으나 어려운 업황 속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올해 목표액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반기에 보다 공격적인 수주 전략을 가져가면서 중동에 치우친 시장 다변화를 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34개사가 79개국에서 155억84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72억9100만 달러보다도 9.9% 감소한 수준이어서 올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연간 수주액 400억 달러 달성이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상반기 수주가 적었던 만큼 하반기 250억 달러 수준의 실적을 확보해야 해서다.
중동의 의존도가 높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올해 국가별 실적을 살펴보면 중동이 64.4%(100억3000만 달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북미·태평양이 14.6%(22억7000만 달러), 아시아가 14.0%(21억9000만 달러), 중남미 3.3%(5억700만 달러) 등 순으로 나타났다.
개별 국가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81억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52.3%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4월 삼성E&A와 GS건설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을 각각 60억8100만 달러, 12억2300만 달러 수주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우려의 시각에도 업계에서는 해외건설의 실적 및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성장률 둔화,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대형 사업을 수주해 냈고 발주 일정이 밀린 것들을 비롯해 하반기 원전 등 굵직한 사업의 수주가 예상돼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글로벌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155억 달러는 선방한 것”이라며 “물론 하반기에 보다 적극적인 수주가 필요하다. 국내 건설시장도 한계에 부딪혔고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해외건설에 집중을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건설사는 당분간 플랜트 위주로 중소형 건설사들은 철골구조나 음식물 쓰레기 처리 등 내세울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 해외 시장 진출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약하지만 투자개발형 해외 사업 비중도 확대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필리핀 NAIA 공항 PPP, 브라질 CESAN 하수처리 양허사업, UAE 및 오만 태양광 IPP사업, 영국 위도우힐 에너지 저장시스템 등 상반기에 12억7000만 달러의 수주고를 올리며 1년 전(3억6000만 달러)보다 크게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정부는 해외건설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도급형에서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다른 국가와의 투자개발형 사업 수주 논의를 지속하게 된다고 당장 수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그렇지만 지금부터 초석을 다져 놓으면 2~3년, 길게는 5년 후에는 실질적으로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는 발주환경 개선이 기대되는 중동과 친환경 사업 발주 확대가 예상되는 북미·태평양, 인프라 수요가 증가 중인 중남미 등을 중심으로 수주 움직임이 감지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 Markit에 다르면 올해 세계건설시장은 지난해 대비 4.3% 성장한 14조5376억원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동과 북미·태평양이 8.5%, 중남미가 7.6%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상반기 계약을 체결하려고 했던 것들이 하반기로 일정이 지연되면서 상반기 수주가 저조한 것처럼 보였다”며 “수주 텃밭인 중동은 통상 50% 비중 이상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면서도 나머지 지역에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아시아의 발주 환경이 약세여서 건설사들도 중남미나 유럽 원전 사업 등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