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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구조도 '공염불' 안되려면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4.07.17 07:00 수정 2024.07.17 10:23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내년 1월 2일까지 시범운영

잇따른 금융사고 재발 방지

우리(왼쪽부터)·신한·KB국민·하나은행 본점 전경. ⓒ각 사

“책무구조도를 통해 최고 책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 불리는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들의 구체적 책무를 지정한 문서로, 금융사고 등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내부통제의 책임 영역을 사전에 정해두는 규준을 의미한다. 담당 업무에 따른 내부통제 책무를 배분해 보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이를 통해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의 수장의 이같은 강력한 의지 때문인지 금융권은 책무구조도 도입에 속도를 냈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3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금융당국은 6개월 유예 기간을 뒀다. 금융사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10월 31일까지 금감원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내년 1월 2일까지 시범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기간 중 소속 임직원의 위반 사항을 자체 적발·시정한 경우에 한해 제재를 감경하거나 면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책무구조도를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책무구조도를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내부통제 기능이 그저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책무구조도 도입은 금융사에서 발생하는 각종 금융사고들이 내부통제 미흡이라는 판단에서부터 시작된다.


실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최근 5년 간 전체 금융사고액은 1조1066억원에 달한다. 이 중 78%는 내부 직원에 의해 발생했다.


책무구조도를 준비하는 금융권에선 잡음이 흘러나온다. 국내에서 책무구조도 선례를 찾기 힘들다 보니 책임 소재를 가리는데 있어 불분명한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임원의 관리 책임 강화가 내부통제 강화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마디로, 책무구조도가 능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때문에 책무구조도가 자칫 공염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으로서는 이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고 지속적으로 빠르게 정책을 보완해 나가야 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여기엔 법원을 비롯한 정부부처의 관심도 필요하다.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선 철저한 시스템 기반 마련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금융사 임원뿐만 아니라 모든 임직원들의 철저한 책임 의식과 윤리 의식이 요구된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을 채찍질하기만 하는 것으로 책임을 피할 순 없다. 금융사고가 터질때마다 땜질식 내부통제 처방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에 집중해야 한다. 처벌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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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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