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범국민협의체' 구성 제안했다가
"원조수박 우원식" "그놈의 협치타령"
민주당, 회견 내용 수용 가능성도 낮아
우원식 국회의장이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 개정안)' 협의를 위한 범국민협의체를 구성해 합의안을 도출하자고 제안하는 등 '협치'를 표방하면서,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국회의장 경쟁자였던 추미애 의원의 경선 탈락으로 강성 지지층의 대대적 비토와 의장직 사퇴 여론에 휩싸였다가, 극적으로 여론을 뒤집은 지 한달 여 만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방송 4법 입법 강행을 중단해달라"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현안 기자회견을 한 뒤 '수박(비이재명계를 지칭하는 멸칭)' 등으로 불리며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우 의장은 지난달 10일 열린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등 쟁점 상임위원회를 민주당이 확보하도록 본회의 개의를 지원했다는 강성 지지층의 판단에 따라, 여론 반전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법사위·과방위 등이 대여 투쟁의 최전선인 점에 비춰 우 의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변곡점을 맞이했다.
이 같은 공세들은 우 의장이 긴급 기자회견에서 "야당에 요청한다. 방송 4법에 대한 입법 강행을 중단하고, 여당과 원점에서 법안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 논의도 중단하기 바란다"라고 발언한 데 따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 의장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범국민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며 "여야 정당, 시민사회, 언론 종사자와 언론학자 등이 고루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두 달 정도의 시한을 정해 결론을 도출해보자. 끝장토론·밤샘토론이라도 해보자"고 제시했다.
이에 우 의장의 페이스북 최근 게시물에는 '우원식? 이래서 추미애 전 장관이 의장 됐어야 했다' '똑바로 하셔라' '수박 본성이 어디 가나' '협치 따위 지껄일 거면 추미애한테 물려주고 정계를 떠나라' 등 비난 댓글이 달렸다.
유력 차기 당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에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방통위원장 탄핵 자제하라고 했다는데 제정신인가? 우원식에 투표한 민주당 의원들은 그 역사적 책임을 어떻게 질 거냐?' '벌써 한 대 맞았네. 뒤통수' '잊을만하면 부아 돋게 만든다'는 등 게시물이 이어졌다.
민주당이 우 의장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 또한 현저히 낮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민주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최민희 위원장은 '재명이네마을'에 게시글을 올려 "국회의장께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까지의 고뇌를 이해한다"라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방송장악 드라이브가 현 국회파행의 원인이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중단, 국정기조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이를 "민주당 과방위원들의 대체적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최 위원장이 올린 글에도 '강력하게 하고 싶은데 의장이 걸림돌. 강행하라 응원한다 ' '국회의장 이해불가다. 지금 불났는데 기자회견하냐' '우원식 의장 기계적인 중립 그만둬라' '우원식 의장의 그놈의 협치 타령 스트레스받는다' '민주당은 국회의장의 결정에 크게 항의해야 한다고 본다' '사람 안 변한다. 원조수박 우원식'이라는 댓글 등 우 의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한편 국민의힘은 오는 25일 본회의 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방송4법 통과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채비에 들어갔다.